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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Feb 17. 2021

둘째와 엄마의 마음속 질문

모두 좋은 답을 찾길


일곱 살 둘째가 물었다.

"엄마, 왜 하필 형아가 먼저 태어나고 나는 두 번째로 태어났을까?"
"글쎄. 아이들 순서를 정하는 천사에게 나중에 물어봐 봐."

"길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가서 물어?"
"언젠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이건 엄마 생각인데 말야. 이게 각각 다 어려움이 있거든. 첫째는 첫째 대로, 둘째는 둘째 대로, 셋째는 셋째 대로. 근데 네가 둘째인 건, '얘는 첫째로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잘 못 견뎌낼 아이다'라고 천사가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형도 동생도 다 같은 이유인 거지. 쟤는 막내로서의 힘듦을 견디지 못할 애니 첫째로 보내야지, 쟤는 형으로 살면 안 되는 애 같으니 막내로 보내야지 하면서."

"아, 그런가?"

듣고 있던 열 살 첫째가 갑자기 묻는다.

"그럼 우리 집에 애가 셋인 이유는 뭐야?"
"나야말로 그게 매일 궁금하거든?! 순서 정하는 천사처럼 각 집에 보낼 아이 인원 정하는 천사도 있을 텐데 내가 한 번 물어봐야 할 거 같아..."

"엄마, 이건 내 생각인데. 애가 셋이면 고생을 많이 하니까... 나중에 우리 셋이 다 엄마 아빠한테 잘해줄 거라서 돌려받으라고 그런 거 아닐까?"
"돌아온다는 보장이 어디 있... 아하 정말 그런가?"


"아니면 엄마 아빠가 옛날에 할머니 할아버지 힘들게 한 거 더 세게 당해봐라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아아악!! 런 거 같기도 하고."




우리 둘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질문. 천사한테 물어보자고 둘러댔지만 리가 살면서 직접 재미있고 좋은 이유를 하나둘씩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원망 가득 담은 '왜 하필 끼인 둘째야' '왜 하필 나 같이 그릇이 작은 사람한테 애가 셋이야' 이런 거 말고, 이게 축복인 걸 깨닫게 되는 괜찮은 고민이었으면.
아, 둘째여서 이런 거 좋네.
아, 셋을 키우니 이런 거 좋네.

기왕이면 행복한 순간을 많이 보기를.
둘째도 나도 스스로를 더 사랑해주기를.




커튼 봉 네 번째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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