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춤 일기 세 편
오늘은 내 뒤의 검은 커튼이 느껴졌다.
이게 뭔가 싶어 겁도 나고 마음도 무거웠다.
지난 8월이었을까..
그즈음에 2박 3일 2급 기본과정을 마칠 때
나는 복부를 절개한 채 퇴원한 상태 같았다.
'움직임'이라는 메스로
개복만 하고 수술실을 나온 것 같았다.
어쩌란 말인가 무책임한 진행자를 탓하며
대책 없이 일상의 현실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 후로도
여러 가지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했다.
오늘은 검은 커튼이라니..
아직도 아니 더 크게 무언가 있단 말인가.
그 검은 커튼에
나비가 붙어서 떨어지지 못하는 모습이 나였다.
그 커튼에서 나비가 파닥거리더니 떨어져 날았다.
아직 멀리 날아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본드처럼 붙어 있던 것이 살그머니 떨어져 나왔다.
축하받고 싶었다. 자축했다.
그리고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두꺼운 돼지 껍질을 벗겨내었다.
우황청심환을 깨는 것처럼.
벗겨내니
작고 여린 내 몸이 나온다.
가볍다.
겨울 옷 벗은 기분이다.
겨울에 나는 겨울 옷을 벗었다.
신난다.
어두운 날들이여 안녕.
외로운 날들이여 안녕.
제목도 모르는
자우림 노래를
그냥 흥얼거렸다.
오늘은 동네 공원을 걸으며
그 두꺼운 껍데기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동안 투덜거리느라 애썼다.
그동안 버티느라 애썼다.
투정 부리고 떼쓰고
뒤로 넘어가는 땡깡쟁이도 나다.
나와 친해지고 싶다.
오늘의 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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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검은 커튼에서 날아오른 나비를
주머니에 넣고 집에 돌아왔다.
3번(케오스) 리듬에 움직이다가 음악이 바뀌었는데
2번(스타카토)인지 3번(케오스)인지 헷갈렸다.
몸이 힘들어서 그렇게 느낀 걸까,
몸이 무거워져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발은 스타카토 리듬으로 움직이고
상체는 케오스 리듬으로 움직였다.
발을 무겁게 움직이니 느낌은 가라앉았지만
상체는 날고 싶다는 듯 위로, 옆으로 타오르듯
움직였다.
그러다 어??
이거 힙합스타일인데???ㅎㅎ
계속해봤다.
발은
감옥에 갇혀 억눌린 느낌이었고
마음은, 가슴은 날고 싶었다.
지하철역 빈 공간에서
힙합을 추는 청소년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태.
엇박자.
정석대로 가지 않는 움직임.
힙합의 정서를 몸으로 느껴보았다.
오늘의 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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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체와 하체가
서로 다른 방향, 다른 리듬이었다.
얼마 전까지
3번(케오스)으로 넘어갈 때
몸도 힘들고 마음도 조심스러웠다.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면
풍선처럼 날아가 버릴까 봐.
트랜스상태가 될까 봐...
그리고 또 하나.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
일상의 정지화면에서
작은 나 한 사람 쏙 지워버리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 그림.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
오늘은, 춤을 추며
그 상태로 들어가 보았다.
눈을 감고 움직이다 보니
금방 그 감정의 시작점으로 갔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한 장면에 머물렀다.
몸은 쓰러지는데
오른팔은 하늘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살아나는 움직임을 한다.
3번(케오스) 리듬에도
몸을 맡겨볼 마음이 조금 생겼다.
큰일이 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어느 지점에서 멈출 수 있었다.
새로운 리듬에 하나씩 하나씩 몸을 맡겨본다.
오늘의 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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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