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1 토요일 세션 소감
두 명씩 짝을 짓는다.
한 사람은 몸통을 움직이며
'정서가 묻어있는 과거...'를 떠올린다.
어렸을 적 기억 중 한 장면을 움직임으로 꺼내보고,
현재라면 어떻게 할지를 몸으로 표현해 본다.
다른 한 사람은 움직이는 사람의 동작을 관찰한다.
움직임을 하던 사람이 동작을 멈추면
관찰하던 사람은 그 동작의 의미를 듣고
움직임을 새롭게 바꿔준다.
그러면, 움직임 하는 사람은 새롭게 변형된 동작을
직접 해보고 나서 기존 동작과 새로운 동작의 차이점,
무엇이 다른지 어떤 느낌인지 나누는 것이다.
나는 꼬마였을 때 옆집 친구집에 갔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마당 수돗가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장면이라 신기했다. 집에 와서 따라 해 봤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남자 어른의 큰 호통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평일인데 웬일로 집에 계신 아버지가
마루에 나오시며 야단을 친 것이다.
그 놀라고 당황스러움에 심장이 쪼그라들고
뭔가 큰 잘못을 했나 싶었다.
그때 그 느낌으로 움직임을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님이 동작을 바꿔주었다.
귀엽게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움직임으로..
그렇게 해보니 느낌이 확 달랐다.
마치, "아빠.. 나 쉬해... ㅋㅋㅋ "
장난치며 웃는 듯이 기분도 전혀 달라졌다.
그렇구나.
내가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었던 거였네...
그 기억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을 장면처럼
화석처럼 굳어져 있었는데, 동작을 바꿔보니
개구쟁이 꼬맹이가 된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재밌어서 손도 흔들었다.
"아빠도 해봐..ㅋㅋㅋ " 하듯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바뀐 동작을 리듬에 맞춰 움직임을 확장했다.
움직임을 확장한다는 말은,
더 크거나 더 작게
더 빠르거나 더 느리게
온몸으로 하거나 반대로 하는 것이다.
과거의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감정으로 소리쳤다.
너나 잘해!!! 꺼져!! 필요 없어!! 저리 가!!!
이제 와서 왜 그래~~ 하던 대로 해!! 이제 상관없어!!
마지막 리듬이 조용히 들리고
격렬하던 춤이 느려지면서
아버지와 나는 별개라는 덤덤한 느낌.
이젠 각자의 삶으로 가는 거라고
선을 긋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잘 가시라고...
'반드시 화해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나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사람이 완전하지 않듯이
관계도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말해주면서 선을 그었다.
손과 팔로 선을 긋다가
내가 그 선이 되었다.
내 앞과 내 뒤의 가운데에 서 있었다.
조금 혼란스러우면서도 편안하고
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어떤 생각들이 멈춰졌고 차분해졌다.
천천히 오른손이 올라가 정수리에 얹어졌다..
내가 나로 바로 선 느낌.
더 이상 어떤 존재를 찾아다니지 않을 것 같은 안도감.
나는 그동안 절대자를 찾아
이 방을 열고 저 방을 열며 헤매 다녔다.
여기 있을까 저기 있을까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그 말들은 정말일까...
오른 손바닥을 내 머리 정수리에 내려놓고
왼손은 편하게 내려놓고 바로 서서
'행복한', '평범함', 완전한', '절대자'라는 개념들을
내려놓는다...
오른손이 왼손을 만나
에너지가 모인 원을 만들고
점점 커졌다가 천천히 작아지면서
움직임이 마무리되었다.
앞 시간에 깊이 들어가서 그런지
마음이 묵직하면서 졸렸다..
초콜릿을 두 개 먹고 춤을 추었다.
1번 flow 리듬을 하면서
상체를 크게 둥글게 몸통 전체를 움직였다.
어지러웠다.
앉아서 이어갔다.
그러다가..
상체가 모두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팔 하나만 위를 향했다.
'살려줘.. 살 거야.. '
상상되는 장면은
깊은 우물에 빠져서
누군가 우물을 지나갈 때
손을 위로 뻗는 그림.
마지막 리듬에서
편안하게 바로 섰다.
가만히 움직이다가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오늘의 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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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 일상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