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마주 앉아 이야기 하며 종이에 낙서를 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에 없지만 느낌은 남아있다.
응, 맞아, 그렇지, 그러니까 말야.. 재밌고 즐거웠다.
탁자 위에 종이 한 장.
처음엔 단순한 선 하나였다.
친구와 마주 앉아 종이를 가운데 두고, 연필로 툭툭 그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벼운 농담, 요즘 고민,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들. 색연필이 손끝에서 놀았다. 대화가 흘러가는 대로 선이 이어졌다. 색이 번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생겨났다.
"응, 맞아."
"그렇지."
"그러니까 말야."
우리는 서로의 말에 리듬을 맞추듯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는 낙서를 했다. 처음에는 서로의 낙서를 보고 웃었다. 손은 점점 더 바빠졌고, 종이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이건 뭐야?"
"글쎄, 그냥 손 가는 대로."
친구가 한쪽에 점 두개를 찍으면 나는 얼굴을 그렸고, 세모네모를 그리면 선과 기호들을 추가했다. 어느새 종이는 가득 찼다. 종이를 바라보며 우리는 웃었다.
"재밌었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든 간에, 그 감정들은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기억은 사라져도 이 그림은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때 우리는 아주 즐거웠다는 것을.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우리는 그림을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무질서해 보였던 선들이 마치 하나의 질서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이거, 좀 멋진데?” 친구가 중얼거렸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낙서는, 그 순간의 공기, 감정, 그리고 우리가 나눈 모든 말들의 집합이었다.
낙서가 그려준 그 날의 대화, 그것을 기억하는 종이 한 장.
이야기가 남긴 흔적이, 그 순간을 다시 불러오는 타임캡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