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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파이어족 Jul 08. 2023

40대 퇴직 1년차, 15가지 알바 경험

공무원 조기퇴직후 1년차 삶의 주제로 여러가지 알바에 도전..


48세, 내 인생업무보고서 남을 흔적들...



정년을 14년 남겨두고, 21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며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을때,

내가 내걸었던 은퇴 슬로건은 '매해마다 다른 주제의 삶' 이었다.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삶, 순식간에 사라지는 한해 한해들, 돌이켜 보니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은 지난 날의 시간들! 한번 뿐인 인생은  어느덧 황혼으로 향해 가는데, 의미없이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으로 탄생한 나만의 개똥철학인 셈이다. 매해마다 뚜렷한 족적으로 어느 한해 허투루 잊혀지거나 버려짐이 없는 알뜰살뜰한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노년에 후회하는 것 1위가 가족과 사회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내 열정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자랑스럽게 해나가려 한다.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봤을때 후회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정한 큰 원칙아래, 조기퇴직 1년차 삶의 주제는 '알바의 해'로 정한 것이다. 다양한 직업체험을 통해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은 인생을 살아보기 위함이다. 21년 몸담았던 공작의 울타리를 벗어나, 인생을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 보고 싶었다.


이런마음으로 퇴직 후 지난 1년 6개월간 끊임없이 여러직업에 도전했다.

어느덧 내가 뿌린 씨앗들이 결실이 되어 돌아왔다.


은퇴 1년차 48세 내 인생업무보고서에 들어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삶의 기억들을 정리해봤다.


- 게스트하우스 매니저(청소 및 관리) --- 3개월(은퇴 1개월 전부터 시작)

- 택배 상하차 --- 2개월

- 택배 분류 도우미 알바 --- 1개월

- 오피스텔 출근 전업투자자 체험 --- 2주

- 유명 관광지 공간임대업 --- 1년

- 당구장 창업, 운영 --- 5개월

- 막노동판 노가다 --- 2개월

- 게스트하우스 주택 임대후, 셀프인테리어 진행 --- 3개월

- 건강식품회사 창고 관리 및 택배 포장알바 --- 2주

- 이사짐 보조 알바 --- 1주

- 물류센터 하역 작업 알바 --- 2주

- 영화촬영장 엑스트라 알바 --- 2일

- 육류 도소매점 백정(?) 알바 --- 1주

- 에어비앤비 운영 --- 운영 중

- 응급처치 강사 --- 일하는 중      

- 관광약자 도우미 리트레버 - 1차 합격   


대략 정리해보니 15가지 정도의 일을 경험한 듯 하다.


 은퇴전 계획에 월급을 대신할 모자른 현금흐름은 내가 직접 일해서 보충 할 생각이었다. 계획대로 위의 알바들로 월 평균 2,3백 만원 정도의 현금흐름을 마련했다.


위의 일들은 대부분 프리랜서처럼 하고 싶은 날만 일 할수 있는 것들 위주이다. 몇 가지 알바들은 이후에도 시간날 때 가끔 다시 해볼 생각이다. 예를들면 영화촬영 엑스트라 알바는 일할 기회가 잘 없지만 언제든 내 스케줄과 맞으면 할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새로운 일들에 도전해보니, 내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 재미있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못하거나 혹은 잘하는 일들...



위의 여러가지 일들 중 내가 가장 크게 좌절했던 일은 건강식품회사 창고관리 및 포장 알바였다.


 주 업무가 택배 송장이 오면 창고에서 수량파악해서 출고 후 규격에 맞는 박스를 선택해 포장하는 매우 단순한 일이다. 다만 상품이 200여가지가 넘어 이걸 암기해야한다는 것이 문제다. 창고에도 보유 물품들을 위치 수량 등을 정리해서 적어놓으면 좋으련만, 그런 시스템이 아예없는 소규모 회사였다.


 그러다 보니 오로지 선임자에게 물어물어 외우는 수밖에 없는데, 몇 번 들어도 그때뿐 돌아서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은 내 능력 밖임을 알게 되었고, 2주만에 일을 그만뒀다. 그렇게 오래할 생각은 없었지만, 예상보다 더 일찍 스스로 항복한 셈이다. 


비슷한 일로 정육점에서 알바할 때도 소, 돼지 부위별로 명칭을 다 외워서 진공포장하고 창고에 보관하는게 주 업무였다. 얼핏 비슷한 붉은 살점을 보고 사태살, 안심, 치맛살 등 열 몇가지로 구분하며 암기하는게 어려워 이일 역시 금방 그만두게 되었다.


 내가 못하거나 하기 싫은 류의 일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원래 내가 암기력이 부족한 편인데다가 꼼꼼함이 없는 편이다. 디테일하게 손끝 마무리를 해야하는 섬세함을 요하는 일에 능력이 많이 부족함을 알았다.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들이다.


 내가 뭐 잘하는 일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면 특별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관심있어하는 일은 있다. 그 중 하나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외국인(번역을 통한 소통)이나 외지인들에게 지역 관광지를 소개하고 알리는 일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와이프와 재미있게 운영하고 있다. 지역관광해설사도 구청에서 무료교육을 받은 후 관련직업에 지금 도전하고 있으며, 1차 면접에 합격한 상태이다.


 또한 응급처치 강사는 원래 버킷리스트중에 하나이기도 했지만, 직접 해보니 보람있고, 일도 적성에 맞았다. 그래서 올해 퇴직 2년차 주제인 "제2의 직업찾기"와 연계해 직업으로 선택했다.


 이 일은 무엇보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을때만 할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한달에 보름 내외로 일할 생각이다.

이제 모든 알바를 잠정 중단했으며, 안전 강사일에 올인하고 있는 중이다.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응급처치 교육현장에 나가서 수습부터 배우고 있다. 메인강사가 20대 후반이고, 보조강사도 2-30대인데, 제일 막내인 견습강사는 48세 퇴직공무원이라는 어색한 신구 조합이다. 이런 상황서 지시를 받아 일을 해야하니 가끔 말한마디에 서운할 때도 있고, 지레 뻘쭘해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훗날 목표가 명확하기에 항상 20분 먼저나와 교육장을 미리 점검하고 관계자를 만나는 등 막내로써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없던 열정도 솟아나서 나이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도전할 1년 삶의 주제들...



내년에도 역시 그 전해와는 확연히 다른 삶의 주제를 정하고 도전을 이어 나갈것이다.

대략적인 밑 그림만 그려놓고, 상황에 맞게 확정해 나갈 생각이다.


대략적으로 생각해본 몇 개의 1년 주제는 다음과 같다.


- 내년 --- 월 1천만원 현금만들기(은퇴 3년차의 노하우로 여유로운 노년을 위한 경제적 터전만들기)


- 00년차 --- 여행의 해(오스트리아 짤스부르크, 신혼여행지였던 태국 후아힌의 풀빌라 등 가족 해외여행, 강화도 마이산 등 어릴때 수학여행지 재방문, 우리나라 100대 명산 등산, 국토 자전거 종주 등)


- 00년차 --- 취미만들기 해(평생 할 취미형 운동배우기, 노래부르기 등 평생 할 취미하나 완성하기)


- 00년차 --- 집필의 해(브런치 등을 통해 책을 쓸 기회가 온다면 모든 걸 접고 올인 해볼 예정)


이렇게 해마다 다른 삶을 살다가 60쯤에 접어드는 마지막에는 지역 유명 맛집을 경영하는게 최종 목표다.


 남들은 은퇴하고 명함을 잃을 그때, 나는 오히려 버젓한 명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동네 공원에 가면 매일 노인들 수백명이 나와 장기나 바둑을 두고 담소를 나눈다.


 그 분들 중에 말끔하게 차려입고 현역 때 꽤나 이름을 날렸을 법한 노신사분들도 제법 보인다. 그 분들의 생활을 폄하하는게 아니지만, 나는 노인이 되어서 활력이 떨어지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젊고 활력 넘치는 사람들 중심으로 뛰어 들어가서 버젓한 명함을 가지고 한자리 하고 싶은 생각이다. 나이들어 어디서든 나대면 찬밥취급 받기 쉬운대 이럴때 필요한게 든든한 명함이라 생각한다.


 오래전 '꿈의 궁전'이라는 드라마에서 이순재 선생님이 연기한 것인데, 흰 머리 희끗희끗한 나비텍타이를 맨 중년신사가 본인의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활약하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표본이다.


 꼭 레스토랑 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규모있는 맛집을 운영해서 서빙도 하고, 카운터도 보면서 사람 북적북적한 곳에서 소영웅처럼 활약하고 싶다.



 마지막 주제를 끝으로 이후에는 무계획이 계획이다. 이때쯤 조기은퇴의 완성기에 들어서면 계획이 없어도 삶에서 언제든 행복을 이끌어낼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할 뿐이다.


넘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다시 일어났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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