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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친 셋 아내 하나, 그 남자의 문제적 사생활

by 재원


전날 저녁에 하늘을 희뿌옇게 가렸던 구름이 밤새 빗물로 내려온 모양이다. 이리저리 패인 흙길을 따라 모인 빗물이 돌담 옆 개골창으로 흘렀다. 부탄의 여름비는 관광객을 배려하는 것처럼 꼭 모두가 잠든 밤에만 온다. 여기 사람들을 닮아 수줍음이 많고 배려심이 깊다고 생각했다.



불타는 호수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몇 번이나 소 떼의 방해를 받은 끝에 도착한 목적지는 '메바 쇼'라는 호수였다. 영어로는 Burning lake, 불타는 호수라는 뜻이다. 경관을 보러 가거나 흔한 사원에 갈 때와는 사뭇 다르게, 춘쭈르와 똡뗀도 어딘가 기대에 찬 낯빛이었다. 그들은 붐탕에 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이곳이라고 했다.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춘쭈르와 똡뗀이 여전히 기대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는 ‘불타는 호수'는 어떤 곳일까. 가는 길에 점점 호기심이 커졌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잘 닦인 산길을 따라 20여 분을 걷자니 멀리 색색의 룽타Lungta가 보였다. 룽타는 부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오색의 깃발이다. 긴 줄에 하늘, 바람, 불, 물, 땅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깃발을 여러 장 묶어 놓았는데, 다가가서 살펴보면 종카어로 된 기도문이 빼곡히 적혀있다. 특히 룽타는 바람의 말wind horse이라는 뜻인데, 이 말은 영적인 세계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부탄인들은 룽타를 보면서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세계와 자신들의 땅이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불타는 호수 입구


불타는 호수로 건너가는 다리 건너편에 걸려 있는 룽타


룽타에 적힌 기도문. 가운데에 그려진 것이 모든 차원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바람의 말(wind horse)이다.


불타는 호수 입구에 놓인 작은 사리탑들


오늘의 주인공 똡뗀이 아이폰으로 입구에 놓인 사리탑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버닝 레이크의 들머리에는 채차Tsa tsa라는 이름의 작은 사리탑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채차는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죽었을 때 그를 화장하고 남은 재에 그가 살던 지역의 흙과 밀가루 등을 섞어 만든 작은 불탑이다. 이름을 보면 부탄 사람들이 채차를 만드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채Tsa는 life라는 뜻을, 차tsa는 uncountable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결국 채차는 한 인간의 죽음이 완전한 소멸은 아니라는, 단지 셀 수 없는 윤회의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 다음 세계로 나아갔을 뿐이라는 부탄인들의 믿음을 보여준다.


채차는 한 사람의 뼛가루로 몇 개를 만들든 상관없다. 비용이 많이 드는 큰 사리탑(스투파, stupa)이 이름난 승려들을 위한 것이라면, 채차는 만드는데 돈이 별로 들지 않으니 서민들이 애용한다. 한 사람의 뼛가루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채차는 외지로 여행 가는 친구의 손에 들려 다른 좋은 땅이나 성스러운 장소로 옮겨지기도 한다. 버닝 레이크의 수많은 채차들은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담겨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불타는 호수에 휘몰아치는 물살



그렇다면 왜 이곳의 이름은 불타는 호수일까.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름에 걸맞게 이 호수에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얽혀 있었다.


1475년, 승려 터톤 페마 링파Terton Pema Lingpa는 꿈에서 구루 린포체*가 숨겨놓은 신성한 보물에 관한 환영을 본다. 그 보물은 이 호수의 물속에 숨겨져 있었다. 근처 탕Tang 마을 사람들과 왕은 호수 아래 보물이 있다는 링파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그를 조롱하고 무시하자, 링파는 직접 불타는 버터 램프를 들고 호수로 걸어 들어갔다. 놀란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가 사라진 호수 표면에 잔잔하게 이는 파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삼십여 분이 흘렀을까. 링파가 다시 수면 위로 걸어 올라왔다. 놀랍게도 그의 손에는 여전히 불이 켜진 램프가 들려있었고, 다른 손에는 불경을 적은 종이 뭉치와 불상이 들려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링파를 무시했던 왕은 실제로 그가 물속에서 무언가를 들고 나타나자 두려움을 느꼈다. 왕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왜 보물을 가지러 가서 고작 낡은 불상 하나를 들고 나왔냐며 불상을 칼로 베어버렸다. 다음 이야기는 극적인 반전. 사실 호수에 들어갔다 나온 링파는 구루 린포체가 사후 다시 인간으로 현현한 반인반신의 인물이었다. 결국 그의 말을 믿지 않은 왕은 저주를 받았고 왕국은 망했다는 화끈한 결말!




(*구루 린포체 : 원래 이름은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 아미타불의 화신이며, 부탄과 티베트에 탄트라 불교를 전래한 인물이다. 이 지역에서 두 번째 부처로 숭배된다.)



불타는 호수



이곳에는 구루 린포체의 중요한 전설이 담긴 만큼, 부탄인들이나 외국에서 들어오는 불자들에게 매우 성스러운 장소로 꼽힌다. 파로의 탁상 라캉Taktsang lhakhang과 함께 한중일의 승려들이 부탄에 올 때 반드시 거쳐 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게 성스러운 장소여서일까. 내가 절벽처럼 깎인 돌 위에 올라가 버닝 레이크의 물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춘쭈르가 다가와 조심하라며 주의를 줬다. “네가 조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여기가 그만큼 알 수 없는 기운이 흐르는 곳이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거야.” 그러면서 작년 10월에 버닝 레이크에 왔던 한 프랑스인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 프랑스인은 이곳이 성스럽고 신비한 곳이라는 부탄인들의 말을 믿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여기에 맥주를 들고 와서 마시고 담배도 태웠다. 그러면서 경치가 좋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결국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프랑스인을 구하기 위해 부탄인 가이드가 물로 뛰어들었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물도 귀한 부탄에서 수영을 배울 일도 없었던 터라 결국 가이드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만 그는 물살에 휩쓸려가기 전 온 힘을 다해 프랑스인을 육지로 밀어 올렸다. 하지만 신성한 호수의 저주였는지 그 프랑스인 역시 끝내 호흡을 되찾지 못했다. 물살에 휩쓸려간 가이드는 처음에는 시체도 찾지 못하다가 한 달여 후에 하류 쪽에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 부탄인들은 버닝 레이크를 더욱 신비한 힘이 담긴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발걸음을 조심하라는 춘쭈르의 당부는 진지했다.



붐탕 주 경계선에 세워진 표지석. 적절한 사회경제적 발전, 문화의 보존과 촉진,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모범적인 주가 되겠다는 내용이다.



똡뗀의 사생활


다음날은 다시 긴 ‘범핑 마사지’의 시작이었다. 덜컹대는 차를 타고 9시간여를 가야 하는 고된 여정이 시작됐다. 그러다 나는 똡뗀의 애정 행각을 목격하게 됐다. 똡뗀은 트롱사 시내를 지나갈 때마다 어느 슈퍼마켓 앞에 차를 세우고 "플리즈 웨이트 원 미닛..."하며 자리를 비웠다. 그러고는 십여 분 뒤 입꼬리를 귀에 걸고 나타났는데 손에는 달콤한 쿨피스 맛의 음료를 여러 개 들고 있었다.


그 가게에는 똡뗀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재밌는 것은 똡뗀의 여자친구는 트롱사에도 있고, 붐탕에도 있고, 파로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수도 팀푸에는 그의 아내가 있었다. 내가 우연히 부탄 최고의 카사노바를 만나고 있는 걸까? 나는 그의 아내와 여자친구 중 두 명과는 실제로 만나서 인사도 했다. 12살 연상의 여성과 결혼해서 함께 산다는 춘쭈르도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일부다처제도 아닌 나라에서 도시마다 여자친구를 만들어놓고 다니는 똡뗀도 참 특이했다.



왼쪽.. 문제의 이 남자



좀 친해졌다 싶은 어느 날, 똡뗀의 바람기에 관한 얘기를 꺼내봤다. 나만 조심스러웠을 뿐 그들은 흔쾌하고 즐겁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결혼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탄 사람들은 많이들 그렇게 혼외로 이성을 만난다고 한다. 바람 잘 피우는 남녀들과 함께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요즘 들어 부탄에는 이혼이 부쩍 잦다졌다는 것이다. 행복한 나라에 웬 이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과 이혼이 가볍고 성적으로 보다 자유로운 부탄 사회가 어떤 모양새인지 좀 더 살펴보자.



미친 성자


부탄 사람들은 결혼을 쉽게 한다. 대부분 별다른 의식도 치르지 않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자유롭게 같이 산다. 우리나라처럼 성대하게 패물을 교환하지도 않고, 결혼반지처럼 혼인을 입증하는 물품을 패용하는 문화도 없다. 이런 문화는 부탄 사회가 결혼을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낸다. 그들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겪어갈 많은 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사소한 사건이다.


혼인에 관한 이런 특이한 문화가 만들어진 데는 일정 부분 불교의 영향이 있다. 부탄 사람들의 영혼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는 결혼을 인간이 꼭 치러야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게다가 불교를 제대로 믿는 사람들은 세상에 고정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공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떤 고정된 형태로 묶어놓으려는 제도적 노력인 결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부탄 불교에는 이런 믿음을 상징하는 특이한 성자가 있다. 그 성자는 볼 때마다 민망하게도 남근의 모습으로 부탄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있었다. 부탄에서는 남근 모형을 장식품처럼 붙여놓거나 그려놓은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남근 모형이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는데 여느 전통 문화권의 관습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거의 장난감 수준으로 자주 보인다. 이 남근 모형은 부탄 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이한 인물 디바인 매드맨*의 상징이다. 그는 성 해방을 통해 득도에 이를 수 있다며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회적 관습이나 도덕관념을 조롱하고 다녔다. 결혼과 성에 자유로운 부탄 사람들 의식의 한 부분에는 디바인 매드맨이 자리 잡고 있다.




(*디바인 매드맨 : 본래 이름은 Drukpa Kunley. 1455년부터 1529년까지 실존했던 인물이며 Divine Madman, 미친 성자로 불린다.)



다산, 풍요, 악귀의 물리침 등의 목적으로 부탄 사람들은 남근 상징물을 여기 저기 걸어놓는다.



하지만 종교 영향이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무거운 의미를 부여받은 것은 어느 정도는 자본주의적 필요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잉 생산이 가능하려면 노동력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노동력이 그렇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려면 남과 여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노동할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깨지지 않고 애를 키워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이자 표준이다.


우리가 가진 많은 편견이 여기서 시작됐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집 안에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는 성역할, 그런 의무를 걷어치우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낸 여성에 대한 낙인, 모두 결혼의 뻔한 쳇바퀴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단속해 온 채찍이었다. 미디어는 남녀 관계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도 항상 결혼을 사랑의 최종 관문으로 미화해 왔다.


하지만 사랑을 막 시작한 두 사람이 써가는 인생의 스토리라인을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정도로 정리해본다면, 결혼의 순간은 아마 발단 어디쯤에나 위치할 정도로 사소한 시작이지 않을까. 한 사람의 인생과 사랑의 여정이 예측 불가하고 지난할 수밖에 없다면, 그 입구에서 겪는 결혼이란 입학이나 입사와 비슷한 무게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신발 정리하는 아저씨


부탄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특이하게도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가부장제 사회가 아니었다. 부탄은 전통적으로 모계 사회였다. 게다가 육체노동-제조업 중심 자본주의 사회도 아니므로 딱히 남성이 경제력을 독점하며 더 많은 힘을 쥘 일도 없었다. 그런 까닭에 여전히 토지와 자산의 상속 모두 딸에게 이어지며, 가정의 의사 결정 역시 대부분 여성이 한다. 부모들은 '딸이 남아 집을 키운다'는 이유로 여아를 선호한다.


이렇게 여성의 권리가 강하고 여성에게 등급을 매길 남성 권력도 없어서 여성의 삶이 보다 자유롭다. 남성 또한 여성에 비해 우월하고 강하며 경제력도 있어야 한다는 남성성의 강박이 없으니 자기 성격에 맞게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여성이 자유로워 이혼이 쉽다기보다는 모두에게 편견의 문턱이 없어 관계의 순환이 활발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그 순환 속에서 부탄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결혼이나 이혼을 선택하고, 혹은 제도의 틀에 갇히지 않고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점은 부부간의 사랑이 끝나도 유지되는 가족이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 이유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는 부부가 서로를 소 닭 보듯 하더라도 이혼한 여성에 대한 낙인이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여자 쪽에서 그저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탄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버티지는 않는다. 다음 편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부탄에서는 대가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생활 공동체가 삶에 매우 중요하다. 이혼을 결정할 때는 부부간 사랑뿐 아니라 바글바글 같이 모여 삶을 돌보는 가족 공동체를 어떻게 할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배우자와 살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돌봄 받고 싶은 욕구는 가족 내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거나 결혼 밖에서 다른 사랑을 찾아 채운다. 그런 사랑이 권장까지 되지는 않더라도 남녀 모두에게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정조 운운하며 여성한테만 손가락질하는 일도 없고 룸살롱 가서 성매수하며 남성들만 욕구를 채우고 오는 문화도 없다. 그런 와중에 도시화와 함께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서로의 선택으로 이혼이 늘어난 것이다.


부탄에서 여성들을 대해보면 어딘가 강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의 성애화된 성역할*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졌는지 그런 여성들이 나는 낯설거나 두렵기까지 했다. 부탄의 젊은 여성인 초키와 메일을 주고받다가 부탄은 그럼 여성 상위사회냐고 물었다. 하지만 초키는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럼 남성 우위인가? 생각했지만 그의 대답은 달랐다. 모든 이들의 권리가 평등하므로 여성 상위라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성애화된 성역할이란? 남성들의 성적 호감을 일으키기 위해 여성에게만 강조되는 성역할을 뜻한다. 애교, 화장, 다이어트, 혹은 수용적이고 고분고분한 태도, 문제제기 안 하고 목소리 높이지 않는 자세 같은 것들이다.)



소녀들의 수도원 린첸 라캉



붐탕에서 떠나기 직전 우리 일행은 승려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십대 소녀들이 모여 있는 수도원에 들렀다. 수업이 진행 중인 넓은 교당에 들어서니 오십여 명의 부탄 소녀들이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면서 어려운 종카어 경문들을 다른 종이에 옮겨 적고 있었다. 부탄은 자유로운 성 문화 때문에 혼외자들도 많은데, 그런 아이들 중 상당수가 승려 학교에서 키워진다고 한다. 그들은 훗날 성인이 되기 전에 본인의 희망에 따라 승려가 될 수도 있고 사회로 떠날 수도 있다.


학생들이 바삐 들어갔는지 여기저기 신발이 널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춘쭈르가 웅크리고 앉더니 하나하나 신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산스러운 춘쭈르의 손길이 어딘지 멋져 보였다. 같이 지낸 시간 우리는 많은 여성들을 마주쳤지만 그들에게 보인 춘쭈르의 태도에는 어떤 식의 지분거림이나 편견도 없었다. 한국 남성들의 희롱 발언에 익숙한 나로서는 부탄에 있는 내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춘쭈르의 믿음직한 등짝을 보고 있다가 든 생각. 이런 남자들이 한국에 많아진다면 내가 가진 아저씨 기피증도 좀 덜해질 텐데!



신발 정리하는 춘쭈르. 가림막 안에 넓은 홀이 있고, 이 곳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춘쭈르의 정리 후 가지런해진 신발들



"이 화장실을 청소하면 무한한 즐거움과 에너지가 샘솟을 것이다"... 화장실 청소 공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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