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의 BGM

구포 랩소디

by 구포국수

어린 시절 나의 BGM - 구포 랩소디


어떤 사람이 나를 대표하는 단어 몇 개를 열거하라고 부탁한다면 서울대, 삼성, 일본, 미국을 들겠다. 나는 경영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그 대학에서 했다. 내가 입사하고 퇴임한 회사는 그 그룹이다. 일본에서는 회사의 지원으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했고, 미국에서는 1년 동안 주재원 생활을 짧게 했다. 이 네 가지는 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큰 주춧돌 역할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 고향 구포다.


‘우주배경복사’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빅뱅 이후 우주의 자화상과도 같은 사진이다. 내 기억 속의 우주배경복사가 있다면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부산 구포다. 구포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아버지께서 5살 무렵 안동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오셨다고 들었다. 약 90년 전(1920년대 말)부터 우리 집은 구포에서 시작되었다.


구포는 지금의 나를 응원해 주었던 내 인생의 백그라운드 뮤직과 같은 곳이다. 구포라는 말만 들어도, 나의 노스탤지어는 긴 촉수를 꺼내 추억들을 더듬기 시작한다. 부모님 산소를 찾아갈 때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나는 옛날 우리 집이 있던 곳과 구포 시장을 쓱 둘러본다. 그리고 시장의 골목골목도 유심히 쳐다본다. 구포 시장은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에 5일장이 지금도 열린다. 시장에 상설가게가 있지만, 장날에는 보따리상들까지 모여들어 큰 장터가 형성된다. 구포는 5일장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의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낙동강 입구의 요지에 자리한 구포는 오래전부터 경남지역 수륙운송의 중계지자, 물산의 집산지였으며 지금도 5일장이 서면 김해, 양산, 밀양, 창원뿐만 아니라 멀리 경북, 전남 지역상인도 모여든다. 주거래 품목은 농산물, 수산물, 잡화다. 1919년 3월 29일 만세운동이 일어났고,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이 먹기 시작했던 구포 국수도 유명하다. 지금 상가들은 아케이드 방식으로 모두 개량되었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비바람이 불면 시장은 천막이 휘날려 아수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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