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과 바다
고등학교 하면 떠오르는 단어 – 시험과 바다
나는 부산 영도의 한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매일 간이시험이 있었고, 3학년 때는 학교 자체적으로 매달 모의고사를 치렀다. 그리고 모의고사 결과는 두루마리 긴 종이에 전교 상위권 이름을 순위에 따라 적어 걸었다. 그 두루마리 성적표를 보며 3학년생들은 각자 교실로 갔다. 상위권의 친구들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 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위는 잘 변하지 않았고, 대입 수능점수까지 비슷하게 이어졌다.
나는 내신 기준으로 1학년때부터 늘 전교 1등이었다. 내신은 체육, 음악, 한문, 교련 등 수능과목에 포함되지 않는 학교 성적이 포함된다. 상위권의 친구들은 고질적으로 음악, 체육 등을 잘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나는 그런 과목들에 대한 공부도 2학년때까지 충실히 했고, 그렇게 공을 들였던 덕분에 졸업식에서 전교 1등으로 교육감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싫든 좋든 공부와 시험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때로는 기쁨에 때로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3년을 치열하게 보냈다.
하루는 수학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시험 대형으로 책상을 정돈하면,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개인마다 루틴이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얇은 수학 문제집의 한 문제에 꽂혔다. 일본 도쿄대의 본고사 기출문제였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가늠이 안 되었다. 눈으로 그 풀이과정을 시험 전에 쓱 보고 시험지를 받았는데, 바로 그 문제가 출제되었다. 혹시 잊어버릴까 그 문제부터 풀고 나머지 문제를 풀었다. 며칠 뒤 수학 선생님은 이과생도 못 풀었던 문제를, 나만 풀었다며 칭찬해 주었다. 시험 시작 전 초집중이 가져온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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