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세레나데

은퇴와 승진

by 구포국수

12월의 세레나데 – 은퇴와 승진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어릴 때 매년 겨울 휘닉스 파크에서 스키를 즐겼고, 그 중간에 동해안에도 가끔 갔다. 스키장에서 밤에 먹던 오징어회에 나는 만족하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겨울바다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내가 퇴임하고, 아내와 추운 겨울에 속초를 당일치기로 갔던 적이 있다. 유달리 바람이 많이 불었고 속초 바다를 바라보는데, 1998년 북한의 잠수정이 어망에 걸려 적발된 곳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이 긴 해안선을 군인들이 어떻게 방어할까 생각하다 보니, 옛날 고등학교 때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부산 영도에 있던 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해안도로에 위병 초소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친구들 말에 의하면 방위(현재 사회복무요원)가 현역과 함께 주야로 그곳에서 근무하고, 철야를 하면 다음날 방위는 하루 쉰다고 했다. 동해안의 속초 역시 초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되리라 짐작했다. 12월의 속초바다를 둘러보고, 아내와 함께 회를 먹는데 이전과 같은 맛이 나지 않았다. 찬바람을 더 맞으면 감기가 들 것 같아서 아내와 서둘러 서울에 돌아왔다. 당시 회사에서 상근 고문실을 마련하려면 2주일 정도 필요하다는데, 그동안 매일 어디에 갈지 정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지금도 동해안 바다를 생각하면, 내가 즐겼던 오징어와 퇴임시절의 복잡했던 감정들이 떠오른다. 그때 속초의 바다는 포말로 부서지며 내 등뒤에서 으르렁거렸다.


지난 12월 말에 친구와 송년회를 겸해서 저녁을 같이 했다. 고등학교 친구이자 대학교에서 같이 하숙도 했고, 첫 직장도 같은 곳에서 근무했던 나의 절친이다. 그 친구로부터 점심을 하자는 카톡을 받았고, 문자를 주고받던 중에 퇴사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9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고, 은퇴 후 나에게 닥쳤던 수많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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