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Audit Universe

Creativity & Sweat

by 구포국수

Audit Universe – Creativity & Sweat (감사영역 – 창의성 그리고 땀)


지난 4월 초 한국감사협회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주저했습니다만,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28년간 근무했습니다. 현재 직장에서는 상근감사로 3년째 접어들고 있는데, 감사업무는 처음 접했던 분야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감사업무 경력만으로 본다면, 오히려 저보다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에세이는 3가지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먼저, 감사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고 느꼈던 점과 학습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키워드입니다. 둘째는 30년간의 직장생활과 업무에서 소중히 배웠고, 지키려 했던 저의 핵심 가치입니다. 마지막으로 연령적으로 후배 감사인들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다양한 소속기관의 감사인들에게 “아, 이런 방식의 View와 Approach도 유익하겠구나!”라는 저와의 울림과 떨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Audit Universe

작가들이 책 제목을 정할 때, 탈고하고 많은 고민 뒤에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협회에서 원고청탁 전화를 받았을 때 Audit Universe라는 단어가 제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저는 오래전 칼 세이건의 ‘Cosmos’라는 과학서적을 읽고 감동했습니다. 감사라는 분야에 종사하게 되면서, 먼저 감사협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감사(監査, Audit)란 무엇이며, 감사(監事, Auditor)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지를 알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감사협회의 현장 교육에 귀 기울이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Audit Universe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칼 세이건이 우주공간으로 저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협회의 고객사를 보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으로 크게 나눠지고, 민간기업은 은행 등 다양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저는 대기업과 그룹조직에서 계열사 운영업무와 경영실적 관리업무 등을 수행했습니다. 따라서, 경영관리 분야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접하는 감사업무는 회사를 잘 관찰해 독립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개선과제를 권고하는 Audit Universe였습니다.


Zoom in & Zoom out

일을 할 때 ‘숲과 나무’ 비유를 많이 합니다. 일을 잘하려면 나무도 봐야 하고, 숲 역시 봐야 합니다. 두 가지를 모두 잘하기는 쉽지 않죠. 일을 하면서 특정 이슈에 소위 필(Feel)을 받아 파기 시작하면, 나무는 고사하고 나뭇잎에 있는 잔 무늬도 크게 보였던 경험들이 있지 않나요? 이럴 때 숲과 나무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게 된다면, 먹물들의 Gaslighting이라고 치부했던 적은 없었는지요? 실무자, 중간관리자, 감사의 총책임자 모두가 홀린 듯이 ‘더 파고, 더 파고‘에만 집중하면, 과연 균형 잡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GPS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찾는 운전자에게,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Frame과 Tool을 제시합니다. GPS와 같은 레벨은 아니더라도, 일을 수행할 때 자신이 할 일의 좌표를 먼저 Targeting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제한된 경영자원과 데드라인 안에서, 최선의 활동방식과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마존의 베이조스가 직원들과 아이디어 회의 때 직관적인 Mock-up의 활용을 강조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 아닐까요? CNN앵커가 구글 어스를 이용해 특정 지역의 화면을 줌 인하면서, 박진감 넘치게 뉴스를 전하던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여러분의 회사 감사부서는 끊김 없이 특정주제를 줌 인하고, 줌 아웃할 수 있는 실무역량, Database, Insight 등을 갖추고 계십니까?


Risk & Compliance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해외법인 관리부실 건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일 년 중 특정 주간을 지정해 RM(Risk Management) Week라는 자체 점검활동을 했습니다. 이 기간에 전부서는 업무상 리스크를 살펴보고, 토론하고, 개선내용 등을 기록했죠. 빌 게이츠가 현역 CEO일 때 운영했던 Think Week과 비교하면, 우리 회사가 RM week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 상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후 저는 경영활동 중에서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가 된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판단은 유효합니다. 감사 전문용어 중 3선 방어모델(3 Lines of Defense Model)처럼, 감사부서와 감사인은 회사 리스크와 컴플라이언스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3선 방어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 회사에서는, RM Week 보다 Think Week이 직원들의 창조적인 업무활동을 지원할 것입니다.


Check & Balance

부정의 삼각형 이론(Fraud Triangle Theory) 아시죠? 조직 내 부정의 발생원인에 상황적 압력(유인/동기), 합리화/정당화, 기회(조직측면) 3가지가 있습니다. 상황적 압력과 합리화/정당화는 부정을 일으키는 ‘개인’ 측면입니다. 회사 내부통제가 미비해 일어날 수 있는 부정의 기회(느슨한 틈)는 ‘조직’의 구조적인 결함입니다. 이것은 직원들을 부정에 빠지게 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유혹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은 조직에서 업무의 투명성 제고와 오류를 줄이기 위한 활동입니다. 조직에 Check & Balance 또는 Double Check의 내부통제 기능이 없다면, 휴먼 에러나 의도적인 업무 부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부정 발생의 요인을 제거하고 예방하는 활동은 조직을 더 건전하게 하고, 임직원을 보호합니다. 회사 내부회계제도가 잘 작동되는 지를 점검하는 감사부서의 리스크 예방활동은, 바로 회사와 동료들을 보호하는 것이죠.


창의성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예술 이외에서도 걸출한 기록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에 그의 스케치와 노트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 지성의 정수였습니다. 그의 노트 필사본 36장이 1994년 한 경매에서 340억원에 낙찰되었는데, 낙찰자는 빌 게이츠였습니다. 당시 언론은 ‘현대의 천재가 과거의 천재에게 보내주는 헌사’라는 표현을 사용했죠.


빈센트 반 고흐는 현대미술의 후기인상파 화가입니다. 그는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 팔았고, 당대에서는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불행하게 살다가 죽었습니다. 생전에 경제적 후원자 동생 테오에게 많은 서한을 남겼는데, 그 서한을 통해 현재의 미술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대한 주석을 하게 됩니다. 천재들의 창의와 고독이 만들어낸 노트와 서한들은, 인류의 문화와 예술적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킨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네, 맞는 말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것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창의성은, 비즈니스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면도기 업계의 공룡 질레트에 다윗과 같이 나타나서, 짧은 한 편의 유튜브 영상으로 도전했던 D2C(Direct to Customer) 기업 ‘달러 쉐이브 클럽’이 그 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시대는 가치의 역전이 더 수월합니다. 과거 천재들의 어깨 위에 올라 자신의 창의성을 보탠다면,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 감사인들은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런 것들은 나와는 관계없고 전적으로 천재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감사에는 굳이 창의성이 필요 없는 것일까요? 여러분들이 직접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후배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가끔 인용했던 표현이 있는데, 바로 Shadow Boxing입니다. 저는 이 단어가 땀을 사실적이면서, 이미지 측면에서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권투시합을 통해 챔피언이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복서는 실전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무수한 연습시합(Sparring)을 소화해야 합니다. 스파링을 하기 위해서는 매일 살인적인 훈련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복서는 매 순간 Shadow Boxing을 해야 합니다. 연습을 실전처럼 해야 한다는 코치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Shadow Boxing에 녹아 있죠. 우리 감사인들은 지금 이 순간, 어떤 Shadow Boxing을 하고 있습니까?


1만 시간 축적의 시간은 많은 것을 웅변해 줍니다. 직장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성인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허들이죠. 한 분야의 대가들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기나긴 성숙의 시간, 축적의 시간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우리 감사인들도 땀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많은 단련을 통해 느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땀을 더 흘려야 할 때에는 반복적인 레트로(Retro) 방식보다는, 뉴트로(Newtro)의 관점에서 진행하면 훨씬 생동감 있고 탁월한 수준(High Standard)을 경험할 것입니다.


Changing Place / Time / Thoughts, Changing Future

‘장소, 시간과 생각을 바꾸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굉장히 영감을 주는 표현입니다. 페기 구게하임(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자의 조카)이 말년에 거주했던 베네치아 구겐하임 미술관의 정문에 있는 네온작품의 글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낯선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을 얻기 위해서죠. 많은 비용이 들어도 유럽, 미국 등 해외로 여행을 기꺼이 떠납니다. 미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에 가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됩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시대 예술가들의 뛰어난 표현들을 보고 공감하면서,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정 주제의 감사 활동기간, 많은 서류더미에서 가끔 고개를 들어 사무실 창 밖을 봅시다. 그런 휴식이 우리를 좀 더 넓고 깊은 Audit Universe를 항해할 수 있도록, 나침반의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창의성과 땀을 통해 광활한 Audit Universe를 항해하겠다는 지적 호기심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일상의 Routine을 벗어나 탁월한 Insight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슴 떨리는 새로운 창조의 순간을 마주할지도 모릅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

할리우드의 요절했던 배우 제임스 딘이 한 말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세계 3대 경영학 구루라고 불리는 톰 피터스의 역작인 ‘미래를 경영하라.’ 마지막 페이지에서 읽었습니다. 경영학의 구루도 자신의 책 마지막을,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이 말에 양보했습니다.


저는 영화를 관람하고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 자막으로 흐르고, 영화관 불이 켜질 때까지 좌석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감사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혼을 담아 명작(Masterpiece)이라고 할만한 보고서를 만든 기억이 있습니까? 만약 없었다면, Try 해 보시죠. 그런 걸작이 언제 나올지는 지금 당장은 기약하기 어렵더라도…


One more thing! – Leader

‘한 가지 더!’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서 애플 빠를 열광시킨 매혹적인 말입니다. 저는 그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당시 그의 죽음을 알렸던 영자신문의 인터넷 출력본을 아직 간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저는 1995년 동경을 중심으로 1년간 일본어 학습과 문화적 체험 등의 연수과정(지역전문가)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동경본사 선배들과 저녁약속이 있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베테랑 주재원 선배가 일본직원과 업무적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우연히 접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주재원 선배가 “저런 일본어를 하면 안 되는데…”라는 조바심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Tone & Manner. 당시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의 관점에서, 선배의 말하는 방식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적절한 어법(겸양 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단어 선택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회사/조직을 이야기할 때 나무에 많이 비유합니다. 나무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뿌리, 줄기, 꽃/열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뿌리는 경영진, 줄기는 임원/팀장, 꽃/열매는 팀원입니다. 나무의 생명력은 물과 빛을 통한 광합성에서 비롯됩니다. 빛은 나무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물은 뿌리의 몫입니다. 생명의 물은 직원들이 꽃과 열매의 결실을 만끽할 수 있게 만드는 밑거름이죠. 저는 이런 나무와 같은 생태계가 모든 회사에서 잘 작동되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저희 회사 인사팀장에게 아래의 표를 보여주며 몇 가지 화두를 던졌던 적이 있습니다.


< 리 더 >

조직을 혁신한다

조직의 역량을 발전시킨다

조직원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도와준다

‘무엇’을 하고 ‘왜’ 하는 지를 질문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

현재의 상황에 도전한다

올바른 가치를 추구한다


< 관리자 >

조직을 관리한다

조직의 역량을 유지한다

조직원을 통제한다

‘어떻게’ 하고 ‘언제’ 하는 지를 질문한다

단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인다

올바르게 일을 처리한다


여러분은 자신이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하이브리드형? 저는 모든 조직에서 리더 영역의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형 사람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경영진들이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조직에서 그런 잠재력을 가진 원석과도 같은 미래의 리더들이 차츰 보일 것입니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감사인으로서 최선을 다 하시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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