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분라쿠
분라쿠(文楽)는 실물 절반 정도 크기의 인형을 세 명의 조종사가 함께 움직이는 일본 전통 인형극. 노·가부키와 함께 일본 3대 전통 공연예술로 꼽히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 정식 명칭은 닝교 조루리 분라쿠(人形浄瑠璃 文楽). 닝교 = 인형, 조루리 = 샤미센 반주에 맞춰 들려주는 서사 낭독(이야기 창법). 닝교즈카이(人形遣い) – 인형 조종사, 타유(太夫) – 모든 배역과 해설을 맡아 노래·낭독하는 사람, 샤미센 연주자 – 타유 옆에서 3현 악기(샤미센)로 반주. 이 세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인형이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감정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분라쿠의 매력.
기원은 16세기 인형놀이와 조루리 낭독이 결합되면서 시작. 17세기 말, 오사카의 극장주 다케모토 기다유(竹本義太夫) 와 극작가 치카마츠 몬자에몬(近松門左衛門) 이 함께 활동하며 수준이 크게 올라가. 치카마츠는 100편이 넘는 희곡을 써서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려. 19세기 초, 인형사 우에무라 분라쿠켄(植村文楽軒) 이 이끄는 극단 이름에서 ‘분라쿠’라는 명칭이 널리 퍼졌고, 이후 일본 인형극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처럼 정착. 오늘날 분라쿠의 본거지는 오사카 국립분라쿠극장으로, 정기적으로 공연이 열리고 도쿄 국립극장 등으로도 순회.
분라쿠의 가장 큰 특징: 인형 하나를 세 사람이 동시에 조작. 오모즈카이(主遣い) – 주 조종사는 인형의 머리와 오른팔을 담당. 보통 얼굴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유일한 조종사(국립분라쿠 스타일 기준). 히다리즈카이(左遣い) – 왼팔 담당, 아시즈카이(足遣い) – 다리·발 담당. 조종사들은 대부분 검은 옷(쿠로고) 를 입고, 보조 둘은 얼굴까지 가리는 후드를 씁니다. “검은 색은 보이지 않는 색”이라는 전통적인 무대 관념 때문. 수련 과정도 계단식이라 10년 이상 다리 담당(아시), 다음 10년 정도 왼팔 담당, 그 후에야 오모즈카이로 승격해 30년 이상 걸려.
무대 옆에 살짝 돌출된 유카(床) 라는 단상에 타유와 샤미센 연주자가 앉아 공연 내내 이야기와 음악을 담당. 작품의 모든 배역과 해설을 한 사람이 다 낭독하는 경우가 많아. 고전 일본어로 된 대본을 읽기 때문에, 현대 일본어 자막을 함께 띄우는 공연도 많아. 관객 입장에선 “옆에서 사람 목소리와 악기가, 앞에선 인형이 연기하는” 독특한 이중 구조. 무대 앞쪽에는 허리 높이 정도의 난간(단장) 이 있고, 그 뒤에서 인형과 조종사가 함께 움직여. 조종사들은 관객에게 보이는 것이 기본이지만, 검은 복장과 연출 덕분에 어느 순간 인형에게만 시선이 감. 공연 시간은 전막이면 3~4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고, 초심자용으로는 한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만 묶어 보여주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