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병
기업 구조 문제: 현금 쌓아두기, 낮은 수익성, 좀비기업
일본 기업은 “현금은 쌓이는데 투자·수익성은 낮고, 비효율적인 좀비기업이 시장에 남아버리는 구조”로 서로 얽혀 있어. 일본 비금융 기업의 현금·예금 잔액이 GDP의 약 60% 수준 → 주요 선진국 중 유독 높은 편, 1990년대 후반 이후 기업부문은 줄곧 ‘재무 흑자(저축 초과)’ 상태 → 반대로 가계저축은 줄고, “민간 저축의 중심이 가계에서 기업으로 이동”. 2000년 이후 일본 기업의 이익이 늘면서, 추가 이익의 상당 부분이 설비·R&D 투자나 임금·배당이 아니라 ‘현금·단기자산’으로 쌓였다고 IMF에서 설명.
1990년대 버블 붕괴 때 빚이 많던 기업·부동산·건설사가 줄줄이 무너지는 걸 경험, 그 이후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현금을 두껍게”라는 경영 철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음. 장기 디플레·저성장 → 투자처 부족. 내수·가격이 잘 안 오르고, 성장률이 0~1%대 → “새 공장 짓고, 공격적 투자해서 크게 먹자”는 유인이 약함. “투자해도 성장 폭이 작으니, 차라리 현금으로 안전판을 두자”는 쪽으로 기울기 쉬움.
과거에는 주주가 “돈 좀 풀어라” 압박을 덜 했고, 경영진도 “위기 때 고용 지키려면 현금을 쌓아야 한다”는 종업원·거래처 중심 경영을 명분으로 현금 축적을 정당화. 동일본대지진, 코로나, 급격한 환율 변동을 겪으며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현금은 많을수록 좋다”는 심리가 더 강화. 그래서 일본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저축을 쌓고, 국가 전체로 보면 ‘기업부문이 거대한 저축자’가 된 구조가 돼.
영업이익으로 정상적인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인데 부실 채권을 숨기려는 은행의 “좀비 대출(zombie lending)” 덕분에 사실상 도산해야 할 회사가 계속 연명하는 상태의 기업이 좀비기업. 좀비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전체 생산성이 낮고, 건전한 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이 떨어지며, 좀비와 비좀비 간 생산성 격차가 벌어져. 버블 붕괴 후 부실채권이 쌓인 1990~2000년대, 지역은행·중소기업·부동산·건설·도소매 업종에서 좀비기업 문제가 심각. 은행이 부실을 털어버리면 자기자본이 훅 줄어드는 은행들이 “부도 처리” 대신 이자만 겨우 내게 해 주는 느낌으로 연명 대출을 반복. 그리고 지방의 주력 기업이 망하면 지역 고용·지방 의회·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지자체·금융기관이 공모하듯 생명 연장. 전체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는 “좀비라도 남겨서 고용·생산을 유지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기 쉬움.
좀비기업은 단순히 그 회사 하나가 비효율적인 수준을 넘어서: 은행 대출, 인력, 토지, 설비 같은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사람에게 계속 묶여 있는 효과. 좀비가 덤핑 가격·낮은 임금으로 버티면 건강한 기업도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투자해도 수익이 안 나겠네” 하며 투자를 줄임.
현금 쌓아두기 → 버블 붕괴 트라우마, 디플레·저성장, 보수적 지배구조 탓에 세계적으로 드물 정도로 기업 현금·저축이 많아짐. 낮은 수익성(ROE) → 디플레, 저마진 체질, 서비스업 저생산성, 과도한 현금·자기자본이 겹치며 선진국 중 ROE·마진이 하위권에 머무는 구조. 좀비기업 → 부실정리 지연으로 비효율 기업이 시장에 남아건전한 기업의 투자·수익성을 갉아먹고, 산업 전체 생산성을 낮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