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싸움, 그리고 첫 번째 승리
내 안에 숨겨진 많은 두려움들을 잘 몰랐다.
태명은 샬롬이었다.
“평화”라는 뜻.
아이에게 주어진 가장 처음의 이름이었다.
로미를 처음 품었을 때, 우리는 그 이름을 부르며 축복했다.
“로미야, 너는 우리의 축복이야.
너를 통해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하실 거야.
하나님이 로미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실 거야.
사랑해, 로미야.”
그러나 그 평화는,
너무 이른 싸움으로 시작되었다.
로미는 태어나자마자 젖병조차 제대로 물 수 없었다.
작은 입술 사이로 특수 젖병을 이용해 천천히 분유를 짜 넣어야 했다.
수유 시간은 매번 작은 전쟁 같았다.
조금만 속도가 빨라도, 입가로 새어 나왔고,
조금만 늦어도 아기는 울기 시작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였지만,
로미는 자신의 모든 힘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수술을 준비하며, 우리는 마음의 준비부터 해야 했다.
생후 몇 개월밖에 안 된 아기에게 전신마취를 해야 했으니까.
수술실 문 앞에서, 아내는 로미를 마지막까지 품에 안고 있었다.
마취약이 몸에 퍼지며 로미의 눈동자가 서서히 초점을 잃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혹시 이대로…”
수많은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회복실에서 다시 만난 로미의 작은 숨결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음을 말해주었다.
그 작은 생명이,
우리 모두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입원한 병원은 다인실이었다.
밤마다 수술 부위의 통증으로 로미는 울었다.
아직 아기였기에, 아픔을 말로 설명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다른 환자분들도 이해해주려 했지만,
지쳐가던 어느 밤, 결국 짜증 섞인 말들이 터져 나왔다.
우리는 병실을 포기하고,
로비를 헤매기 시작했다.
나는 로미를 품에 안고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왕이신 나의 하나님, 내가 주를 높이고…”
이 노래는 지금도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는 찬양이다.
절망을 이겨낸 노래,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를 다시 세워준 노래였다.
찬양을 들으며,
로미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용히 잠들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몸을 이끌고,
임시 침대처럼 변한 병실로 돌아가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입술에 바르는 연고,
거즈를 갈아주는 일,
복용해야 했던 약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조심스레 다가가고, 조심스레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하지만 시간은 로미 편이었다.
로미는 점차 입술 근육을 키워갔고,
발음에도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지금 로미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말을 얼마나 고운지,
듣고 있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질 정도다.
순수함을 잃지 않고,
동생들을 품어주는 멋진 형아로 자라났다.
한 번은 로미가
흉터를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린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다가가서 말했다.
“로미야, 아빠도 어릴 때 수술을 여러 번 했어.
넌 훨씬 멋지게 이겨냈단다.
그리고 알아?
넌 정말 잘생겼어.
아빠보다 훨씬 더!”
로미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나의 부모님도,
이렇게 나를 위해 울었구나.
이렇게 나를 위해 기도했구나.
그 사랑을,
이제야 진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몇 번이라도,
몇 번이라도 로미를 위해서라면
같은 사랑을 주겠다고.
로미는 우리 가정에 주신
하나님의 가장 큰 선물이다.
상처를 넘어, 은혜를 가르쳐 준 아이.
로미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내 과거에만 매달려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는 로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픔을 지나, 사랑 안에서.
다음 이야기 예고: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두 번째 선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선천성 갑상샘기능저하증’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지만 그 이름보다 훨씬 크고 따뜻한 존재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