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다 깊은 3-2

우리 가정, 새로운 사랑의 시작

by 권창현

결혼을 준비하며

나는 오래도록 고민했다.

“나는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은가?”

돌아보면,

내가 꿈꾸던 가정은

바로 내가 자라온 집이었다.

아버지는 목사님이셨지만,

아이들과 몸으로 뛰어노는 것을 즐기셨다.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아버지였다.


어머니는

우리의 생김새나 생각이 달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 이해하고 품어주셨다.

우리 집에는

차별도, 비교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화목한 가정.

서로 사랑을 숨기지 않는 가정.

친구 같은 아버지.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

그런 집을,

나도 이루고 싶었다.

결혼식은 겨울이었다.


12월,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었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1월부터 GMS(Global Missions Society) 선교훈련을 받았다.

3월, 우리는 정식으로 선교사로 임명받았다.

선교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해,

또 하나의 기적이 찾아왔다.

2월.

우리는 첫 아이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아이에게 우리는 태명을 지어주었다.

“샬롬.”

샬롬은 히브리어로

평화, 온전함, 완전함을 뜻한다.

나는 아이에게 자주 속삭였다.

“로미야~”

(샬롬을 부를 때 자연스럽게 부른 애칭이었다.)


우리는 설렘과 기대 속에

아기의 탄생을 기다렸다.

사전 검사에서도 큰 이상은 없었다.

“입술이 조금 두껍네요.”

그 정도 이야기였다.


그런데,

10월 22일.

로미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

나는 복도 한편에서 조용히 무너졌다.

작고 소중한 얼굴.

그 입가에,

선명하게 드러난 갈라짐.

나는 울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이 아이에게 왜 이런 길을 주셨나요?’


사랑은 변함없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찢어지는 아픔을

나는 어쩔 수 없이 느꼈다.

나는 양측성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로미는 다행히 단측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라진 입술을 바라보며,

나는 죄책감과 자책감에 빠져들었다.


그때,

아내는 울지 않았다.

아내는 나에게 말 대신

조용한 결심을 보여주었다.

강한 엄마가 되기로.

그녀는 내게 은인이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의 기둥이 되어주었다.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 나, 장모님.

세 사람이 삼교대로 로미를 돌봤다.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였지만,

우리는 사랑으로 그 모든 시간을 견뎌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목욕을 맡았다.

아버지로서,

구순구개열을 먼저 겪어본 선배로서,

나는 로미에게 최고의 지지자가 되고 싶었다.


아이를 품에 안을 때마다,

이 세상 모든 시선은 사라졌다.

‘산속에 데리고 들어가서라도

세상의 상처로부터 지켜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 정도로

로미는 내게 소중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아이를 세상과 단절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다짐했다.

세상으로부터 숨기기보다,

세상 속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

내가 최고의 동행자가 되어주자.

가정은

계획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제,

구순구개열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누군가 놀리더라도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로미 역시 그런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기를.

로미를 품으며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구순구개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랑 앞에서는,

그 어떤 조건도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사랑은

겉모습을 판단하지 않는다.

진짜 사랑은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진짜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품는다.

로미를 위해 드린 기도는 아주 단순했다.


“행복한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세요.

예수님을 닮은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나는 지금,

이 사랑의 여정을

가족과 함께 걷고 있다.

그리고 아주 곧,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다음 이야기:

첫째 아들과 함께한 첫 싸움, 그리고 함께한 첫 승리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