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선물, 열방이야기
첫째 때와는 달랐다.
우리는 이번에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병원이 아닌 조산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기다리며 열 방 이를 맞이했다.
태명은 열방이었다.
“평안(샬롬)을 넘어서, 하나님의 사랑을 열방에 전하는 가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었다.
아내와 나는 뱃속에 손을 얹고 자주 기도했다.
“열방아, 너는 우리의 축복이야.
너를 통해 하나님께서 놀라우신 일들을 하실 거야.
너의 필요는 하나님께서 채우실 거야. 사랑해, 열방아.”
그렇게 기도하며 기다리던 열방이는
준비가 되었을 때 수중분만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내 두 손으로 직접 열방이를 꺼내어 품었을 때,
그 황홀하고 벅찬 감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어떤 큰 성공보다도 더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내 안의 모든 행복 호르몬이 폭발한 것 같은 시간.
하지만 출산 직전, 정기검진 때마다
가슴을 졸이는 순간들도 있었다.
혹시 둘째도 구순구개열이 있지 않을까?
혹시 다른 이상은 없을까?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마다,
작은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도했다.
감사하게도, 열방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런데 태어난 직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신장 크기가 약간 크다는 소견,
황달 수치가 높아 추가 검사를 하게 되었고,
결국 선천성 갑상샘기능저하증 진단을 받았다.
‘선천성 갑상샘기능저하증’은
신생아 때 발견되지 않으면
성장 지연이나 인지 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열방이는 빠르게 발견되었고,
필요한 호르몬 약을 복용하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충격이었다.
하지만 망설일 틈은 없었다.
“약을 먹고 잘 크는 것”과
“방치되어 생길 수 있는 위험” 사이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매달 병원을 찾았다.
수원의 권선구, 성빈센트병원.
열방이는 갓난아이 때부터 매달 피를 뽑아야 했고,
우리는 매달 약을 타와야 했다.
처음에는 피를 뽑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작은 팔뚝에 꽂히는 주삿바늘을 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열방이는 대견했다.
울기도 했지만, 잘 견뎠다.
기어 다니던 시기에도,
걷고 뛰던 시기에도,
우리는 매달 꾸준히 병원에 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약을 먹지 않는 날이면
에너지가 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아, 이 약이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그때 더 깊이 감사할 수 있었다.
열방이가 조기에 진단받을 수 있었던 것,
지금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것,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다.
어릴 때 열방이는 배움이 빨랐다.
돌도 되기 전에 스스로 걸었고,
16개월 무렵에는 “반짝반짝 작은 별”을
가사를 외워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빨리 자란 만큼,
어른들(나 자신 포함)도 가끔 축복이를
‘어린아이’로 대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혼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열방이가 나를 무서워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아이는 아직 아기였다는 걸.
그래서 다시 다가갔다.
둘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함께 놀러 가고,
맛있는 걸 먹고,
선물을 고르고,
다시 마음을 쌓았다.
지금의 열방이는
나를 찾아와 먼저 안기고,
함께 놀자고 조른다.
열방이는 우리 가정의 “타잔”이다.
집이 조용할 틈이 없고,
책장을 기어오르고,
온 집안을 무대로 삼아 뛰어다니는 아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겨울을 지나야 봄이 온다.
열방이를 통해
우리는 부모로서 성장하고,
더 깊은 사랑을 배우게 되었다.
약을 챙겨 먹으며,
뛰고, 웃고, 장난치는
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열방이는 단순한 둘째가 아니다.
그는
우리 가정에 주어진,
하나님이 보내신 두 번째 선물이다.
다음 이야기:
“가장 뜻밖의 축복” —
셋째, 열방이의 바로 뒤를 이어 찾아온
새로운 선물, 새로운 여정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