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벤치와 기도와 시작

by 권창현


어느 날 그는 하나님께 마지막으로 말을 걸었다. 진심도 아니고, 기대도 없었다. 그냥, 마지막 기회였다.

퍼스의 공원 벤치. 그곳에서, 조용히 내리쬐는 햇살과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혼자였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누가 나한테 복음을 전한다면… 한 번만 더 믿어볼게요.”

희미한 도전, 어쩌면 무너진 믿음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두 명의 청년이 그에게 다가왔다. 예수전도단(YWAM)의 사역자들이었다. 그들은 그와 함께 앉았고, 조용히 복음을 전했다. 강요 없이, 판단 없이, 그저 사랑으로 예수님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날, 처음으로 가슴이 조금 따뜻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내게 전화가 왔다.


“야, 추천서 좀 써줄래?” “DTS 신청하려고. 하나님이… 진짜 내 기도에 응답하신 것 같아.”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가 하나님께 등을 돌렸던 그 모든 시간, 하나님은 여전히 그의 곁에 계셨던 것이다. 그 기도, 그 벤치, 그 만남 — 모든 것이 은혜였다.


훈련은 쉽지 않았다. 눈물 많던 예배 시간, 말없이 듣던 간증들. 그는 여전히 아팠지만, 숨기지 않았다. 함께 기도했고, 팀에 섬겼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리더들을 만났다. 그는 조용히 회복되고 있었다.

“고통이 사라진 건 아닌데… 누군가 같이 들어주는 느낌이야. 그래서 좀 가벼워졌어.”


그게 예수님이 하시는 일이었다. 무게를 지워주진 않지만, 함께 그 아래 서주시는 분.


DTS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다시 익숙한 환경에 부딪혔다. 익숙한 거리, 차가운 겨울, 조용한 방.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균열이 시작되었다.


그는 이상한 말을 했다.

“사람들이 날 지켜보고 있어.”

“벽에서 두드려. 잠을 못 자게 해.”

“나… 미쳐가는 것 같아.”


그의 현실은 더 이상 우리가 공유하던 세상이 아니었다. 기도도, 말도 통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껴안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한 목사님을 소개했다. 조용하고, 따뜻하시고, 상담도 잘하시는 분이었다. 그 집에서 그는 처음으로 “조용하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잠을 잤어.”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하나님의 평안이 거기 있었다. 잠시였지만, 그곳은 거룩한 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의 가족이 데리러 왔고,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동시에, 목소리들도 함께 돌아왔다.

그를 붙잡았던 고요는 사라졌다.


그를 보는 건, 겨우 육지에 닿았던 사람이 다시 바다로 끌려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묵상 | 하나님의 조용한 일하심

기도의 응답은 언제나 요란하지 않다. 때로는 속삭임처럼 다가온다. 벤치 위의 기도, 두 청년의 미소, 추천서를 부탁하던 목소리. 그 모든 것 안에 하나님이 계셨다.


그 친구의 변화는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했다. 그 속삭임 하나가 생명을 붙잡았다.


“그가 높은 곳에서 손을 내미사 나를 붙드시며, 많은 물에서 나를 끌어내셨도다.” (시편 18:16)

하나님은 그를 끌어올리셨다. 그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손을 내밀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