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징조들

세상에 어떤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문득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by 타마라

온 힘을 다해 노력하면 거스를 수 있지만, 내키지 않더라도 웬만해서는 결과적으로 따르게 되는 어떤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흐름이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에서도 문득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전 친구와 만나서 근황 이야기를 들었다. 큰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친구는 올 가을, 오하이오에 1년간 연구원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가게 된 경위가 신기했다. 친구는 사실 해외에 나갈 생각이 그다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보다 경력이 짧아서 조건에 미달하는 동료가 해외에 나가겠다고 신청을 했고, 그 과정에서 친구에 관한 근거 없는 안 좋은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별 생각이 없었던 친구는 욱해서 신청을 했고, 결국 조건을 갖춘 친구가 합격하고 동료는 탈락했다.


친구는 플로리다에 있는 기관 연구원으로 가서 자연환경을 즐기고 싶었다. 친구는 마침 그 기관에서 주최하는 학회에 갔었는데, 정작 플로리다 연구원은 만나지 못했다. 대신 오하이오 기관 연구원과는 인사를 나눴다.

친구는 플로리다 연구원으로 다녀온 선배에게, 플로리다 기관에 가도 되냐고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선배는 승낙하면서 오하이오 기관에도 물어봐주겠다고 말했다. 그 선배가 오하이오 기관에 물어본 바로 다음날, 오하이오에서 오라고 답변을 주었다. 이렇게 친구는 별 생각이 없던 오하이오 연구원으로 가게 되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주가 친구를 오하이오에 보내려고 작정했구나 생각했다. 몇년 전부터 세상에는 어떤 흐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온 힘을 다해 노력하면 거스를 수 있지만, 내키지 않더라도 웬만해서는 결과적으로 따르게 되는 어떤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흐름이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에서도 문득 느껴질 때가 있다.




코칭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올 초에 지인으로부터 라이프코칭을 처음 받아보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또 영감을 받은 경험이었다. 그 지인이 수료한 코칭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가장 빠르게 시작하는 8월 과정을 얼마 전 등록했다.


코칭을 배워보고 싶기는 했지만 뭔가 주저하게 되는 마음이 있었다. 코칭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고, 타로카드 리딩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는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세상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코칭은 배워보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었다.


코칭 과정이 열리는 장소는 집에서도 가깝고, 통창이 있는 밝고 오픈된 공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기보다는 어느 정도 경계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에도 5개월간 진행되는 5단계를 모두 등록했지만, 모두 수료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만두는 결정을 한다면 무엇을 보고 그만두겠냐는 질문을 받고, 이곳의 에너지라고 답했다. 에너지가 나와 맞는지를 보겠다고.

결국 3일차, 나는 90분을 남겨두고 심장 부근과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울면서 과정에서 이탈했다.





예전에 사주를 잘 보는 지인과 유튜브를 찍어보자며 실험을 했다. 2명의 고객을 섭외해서 똑같은 질문을 받아 나는 타로 리딩을 해서 답변하고, 지인은 사주풀이로 답변하는 것이다. 내가 지인과 서로 자기가 맞다며 티격태격하는 컨셉을 잡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타로 리딩도 사주풀이도 똑같은 답을 내놓게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신혼이고 아이가 없는 고객이, 만약 큰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성격일지를 질문했는데 이것조차 같은 답이 나왔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회사 이벤트로 동료들에게 타로를 봐 주다가 한 분에게 향후 몇년간의 재물운을 봐 드린 적이 있다. 그 분이 몇달 후 인천에 유명한 곳에 사주를 보러 갔더니, 내가 했던 이야기를 보다 추상적으로 동일하게 했다는 것이다. (타로를 오래 봐 온 입장에서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타로 리딩은 당연하게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100% 실현되지는 않는다. 다만 아예 랜덤 뽑기 확률보다는 좀더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기는 하다.)


사주도 조금은 볼 줄 아는데, 내년부터 10년간은 자기표현을 하게 되는 대운이 나한테 들어오는 시기다. 작년 초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고 신점을 보러 갔었는데, 예술적인 일을 해 보는게 좋겠다고, 그런데 2년간은 실질적으로 뭘 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말을 들었다. 이직을 한다면 6개월 안에 그만둘 거라고 했다.


그로부터 2달동안 나는 예비창업자패키지 사업계획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전력을 다해서 놀았다. 아티스트웨이 12주 워크샵을 혼자 진행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카포에라 원데이클래스를 들어보고, 살사동호회에 가입하고, 셀프리트릿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다 이력서를 넣었던 딱 3곳의 회사 중 2곳에 합격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회사를 선택해서 들어갔다. 7일만에 퇴사했다. 그리고 합격했던 다른 회사로 바로 넘어가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결국 창업은 하지않았다.) 이 회사는 이달 말 퇴사 예정이고, 나는 인스타를 시작해서 때론 그림을 그리고 때때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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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나를 상상하면서 그린 그림)



스케치북도 아닌 얇은 노트에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오늘 @_bincan_에서 모든 창작을 소개하는 '창작 쇼룸' 작품 전시 추천 메시지를 받았다. 빈칸은 작품을 가리지 않고 모든 창작을 소개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서, 그닥 따지는 것 없이 내게 메시지를 주었을 것이다. 대다수가 대단하게 보는 경험은 아닐지라도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뻤다. 그리고 흐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서포트하는 사람에서 차츰 자기표현에 주력하는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흐름인 걸까?


어릴 때는 온 힘을 다해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모든 것을 걸고 운명에 저항하는 이야기, 엄청난 성량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어 노래하는 가수, 쉽게 해낼 수 없는 어려운 도전을 해낸 사람들.


지금은 흐름에 순응해서 나아가는 것이 더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흐름이 내 등을 밀어줄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파도가 서핑보드를 밀어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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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살고 싶다. 엄청 애쓰고 있는 서핑보드 위의 나)


서핑을 할 때에도, 요가를 할 때에도 힘을 빼라는 말을 듣는다. 내 몸을 살펴보면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이 있다. 힘을 빼고 주위의 분위기를 살피며 그때그때 균형을 잡는 것. 어쩌면 서핑의 비결이 힘들이지 않고 많은 것을 얻어내는 삶의 비결과 같지 않을까? 아직 나는 서핑보드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금세 떨어지곤 히지만. 이 흐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힘을 빼고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