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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버섯 Jan 01. 2024

1.

일, 하나, 첫째


첫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TV에서는 종이 울린다. 2023년에서 2024년이 되는 순간이라고 해서 우리 집에 무언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이들은 평화로이 쿨쿨 잠을 자고 있었고,

남편은 손흥민의 축구를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보고 있었으며,

나는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그놈의 가디건을 여전히 뜨고 있었다.


새해 아침이 밝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여전히 이불을 돌돌말며 늦잠을 잤고

뭘로 아침을 때울까 고민을 했으며

어기적어기적 거실을 걸어 다니다가, 정리 좀 하고 살자 잔소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다 되어버렸다.


막연히 다를 것 같았던, 또는

대단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하고 기다렸던 첫날.

여느 날과 아무것도 다를 것 하나 없었던 오늘.


그래도 첫날이 있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 작은 바리케이드 하나쯤 쳐보는 날 아닐까?

스스로를 위안해 보았다.


어제까지의 실수는 잊어보는 날

나태했던 어제보다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보는 날

그렇게 평소보다는 조금 더 꿈을 꾸어보는 날


그래서 오늘부터 숫자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우리 둘째가 요즘 열심히 배우고 있는 '더하기 일'

어제 더하기 일 =  오늘

숫자로 이야기해 보는 나의 일 년 이야기


오늘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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