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감정이 메마르거나, 만사가 귀찮아질 때마다
수시로 '아, 진짜 나 진짜 늙었나봐' 싶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별로인 순간은, 내 몸에서 ‘노화’를 먼저 알아차릴 때다.
감정이야 어릴 때도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지만, 몸의 변화는 그렇지 않다.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고, 생각보다 정직하게, 그리고 꾸준히 신호를 보내온다.
노안이 왔을 때만 해도, 예쁜 돋보기 안경을 맞춰 쓰며, 아직은 덤덤한 척했다.
그러나 그것도 자만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갑작스럽게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길을 걸으며 구글 길 찾기를 켜고 약속 장소로 가고 있었는데,
안경 위로 눈송이가 달라붙는 바람에 휴대폰 화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눈이 안 보여 길도 못 찾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참을 서 있었다.
완전히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내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이 짜증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평생 안경을 쓰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쯤이야 익숙하겠지만,
또 나 역시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현재로서는 그저 불편하다.
게다가 요즘 나는 꽤 자주 몸 여기저기에 쥐가 난다.
그럴 때마다 참 웃프기 그지없다.
화장실을 청소하려고 쭈그려 앉았다가 배에 쥐가 나고,
밤에 자다 몸을 뒤척이다가 종아리에 쥐가 난다.
어제는 아이 손톱을 깎아주다가 손가락에 쥐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왜 이렇게 다양한 부위에 쥐가 나는 걸까.
발가락, 등, 배, 종아리까지... 몸이 돌아가며 신호를 보내는 느낌이다.
주로 혼자 있을 때 그러는데, 어제는 아이들 앞에서 그러는 바람에
다 같이 깔깔대며 웃었다. 그저 우습다.
4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에게 이런 몸의 변화들은 무척 서글프고, 때로는 비참하다.
내가 생각하는 ‘잘 나이 드는 방법’은 이런 변화들을 초연히 받아들이는 것인데,
어쩜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는 걸까. 마음도, 몸도.
머리로는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수시로 비죽비죽 튀어나오는 내 짜증까지 말끔히 숨길 수는 없다.
비록 노화는 시작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여전히 덜 자랐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
우선은 내 마음 하나, 평온하게 다스리지 못하는,
철부지의 이 면모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