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과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문화예술)?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A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앞으로의 삶에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지 현실적인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연봉이나 워라밸 같은 것들은 후순위로 미뤄두기로 했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돈을 버는 "진짜 어른"이 되어서도 막연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A는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문화나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에서는 음악동아리에서 몇 년간 활동하기도 했고, 관련한 복수전공을 택하기도 했고, 1-2년간 문화예술 플랫폼에 꾸준히 글을 쓰기도 했고, 비슷한 대외활동 경험도 쌓았기 때문이다. 남이 보기에도 자신이 보기에도 정해져 있는 길 같았다.
그러던 중 A는 어느새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게 되었다. 여느 때와 같지만 막 학기라는 한 순간에 취준생 신분이 된 A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고민하였다. 취업을 위해 해야 할 것은 산더미였고, 머릿속에 채워야 할 것에 대해 실은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꿈에 대해서 열심히 쓰고 이야기한 적은 많았지만 그 꿈을 향해 가는 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몇 번 없었다.
그 고민은 너무나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었을까, 어려운 길은 돌아가면서 살아온 그는 무의식적으로 회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늦었다 싶을 때, 정말로 늦지 않기 위해 막 학기를 다니며 그는 대형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 기업, 관련된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막막하고 어려운 마음은 도무지 없어지지가 않았다. 예전에는 관심 있게 자신의 재미를 위해 지켜보던 곳들이, 직접 공부하고 목표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생각하니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캄캄했다. 문득 A는 노트북을 덮고 고민에 빠져 들었다.
“나는 진짜 이걸 좋아하는 걸까? 이 일을 해도 끝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A는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먼저 고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그는 매년 봄부터 여름까지 진행되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된 야외 콘서트 소식에 아쉬워하는 참이었다. 예컨대 콘서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출연하는 가수가 좋을 수도, 그 콘서트가 기획하는 방향성이나 가치가 자신과 맞을 수도 있고, 그냥 그 분위기나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A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모두 누군가가 오랜 시간 세심하게 기획하고 준비한 과정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넓게는 문화나 예술, 좁게는 개인의 취향이나 취미는 어떤 결과물에 대한 것이 많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애초에 알기 쉽지 않고 좋아하기는 더 쉽지 않다. 그는 저번 학기에 들었던 영화 제작 실습을 떠올리며, 느낌만으로 수업 과목을 선택했을 때 겪었던 혼란함과 어려움을 떠올린다. 평가를 받기 위한 5분짜리 영상이었지만 프리 프로덕션, 시나리오, 기획과 연출, 촬영장과 배우 섭외, 심지어 날씨까지도 고려하며 모든 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나 섭외와 같은 일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전체적인 방향을 짜는 프리 프로덕션이나 기획에 흥미를 보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의 진실과 이면”
A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직업을 찾는 일은 내가 단순히 무엇을 좋아하는구나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설령 운 좋게 취업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갈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마치 그가 영화를 직접 찍으며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고민들과 사람들의 피와 땀까지 하나씩 알아나갔듯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추면서,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나와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A는 생각보다 준비해야 하는 일들은 많고, 지금껏 학교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다양한 상황을 마주해하며 막막한 벽 앞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학생에서 취준생으로 바꾸기 위해 몇 가지 지켜야 할, 그리고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세웠다.
1. 첫 시작은 일찍 일어나기부터
일어나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좋다. 늦은 밤에 할 일을 아침에 하는 것조차도 그의 삶을 크게 바꿔줄 것이라 기대했다. 다 같이 일어난 사실을 증명하는 "기상스터디"에 가입해서 매일같이 9시에 일어나서, 보통은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앉아 있었다. 처음엔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적응하고 나니 심심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2. 명확한 “캐치프라이즈” 세우기
어디 가서도, 내가 무엇을 준비하고 노력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느낄만한 ‘캐치프라이즈’가 필요했다. A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명확한 자신만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캐치프라이즈 한 줄로에는 크고 거창한 의미를 담되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적기로 했다. A는 첨예한 갈등으로 덮인 이 사회에서 한 줄기 희망은 문화와 예술이라고 믿었고, 자신이 그러한 사회를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3. 마치 그곳에서 일하는 것처럼 익숙해지기
어떤 곳이든 그 안에서 쓰이는 언어가 있다. 사회화되는 과정은 그 사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에 익숙해지기 위한 첫 단계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문화예술 기관의 공지사항과 사업 소개 등을 읽어보니, 어느 정도 통용되는 언어와 흐름이 있었다. 그 단어들을 되뇌고 익혀 자소서 속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A는 다른 것보다도, 각 기관의 조직도를 보며 큰 재미를 느꼈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며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고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다.
4. 레퍼런스 찾기
주변의 사람들도 좋고, 웹상의 뉴스 기사나 자료도 좋고, 가고자 하는 길과 관련된 레퍼런스는 기회가 되는 대로 모두 알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치 게임의 퀘스트를 하나하나 깨듯,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레퍼런스를 얻고 공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유튜브나 다른 온라인 상에서 볼 수 있는 라이브 영상, 포럼 등을 보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현장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코로나가 가져다준 변화 중 가장 긍정적인 점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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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패기롭게 제출한 A의 첫 자기소개서는 탈락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A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며, 불합격이라는 저 세 글자에 뼈아파했다. 뉴스나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취업 시장의 불황이 드디어 자신에게로 다가왔다는 사실도 무서웠지만, A는 그럼에도 그 과정이 힘들지만 마냥 의미 없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취업을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일까 이 모든 내용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A는 하나의 합격 메일을 받게 된다.
뒤이어 계속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4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