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화예술 필기 스테이지 완전 공략법. 2020 ver
[칼럼]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2)
#3 문화예술 필기 스테이지 완전 공략법. 2020 ver
A는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더 높은 단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면, 더 아쉬움도 클 것이기 때문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A는 문화예술이라는 세계에 들어가면서, 취준이라는 세계에도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시험을 준비해본 그였지만, 빠르면 2주 안에 치러지는 각각의 단계는 벼락치기를 하며 그 단계에 맞는 모든 내용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모든 과정은 어릴 적 많이 했던 공 튀기기 게임 같았다. 한 스테이지를 넘어가면 다음 스테이지가 나오고, 마지막 단계를 클리어하면 승리로 마무리하게 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어린 A가 이 간단하지만 여러 가지 트릭이 있는 게임을 스스로 깨는 건 쉽지 않았다. 이러한 난관이 오면 몇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 터득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A는 쉽게 가는 길을 택하는 편이었다. A를 도와준 것은 다른 실력자들이 만들어놓은 여러 공략법이었다. 어디에 가면 어떤 함정이 있고, 이 스테이지에서는 어떤 속도로 해야 할지 공략법에는 세세하게 나와있었고 그대로 따라 하며 최종 단계까지 가곤 했었다.
첫 번째 스테이지를 통과한 A는 공 튀기기 게임을 클리어한 것처럼, 다음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이 게임의 난이도와 공략법을 우선 터득하기로 했다. 아직 초보자에 불과한 자신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준비 과정이나 경험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초보자들을 위한 다양한 공략법들이 이미 인터넷에 많았고 A는 자신에게 필요한 공략법을 정리했다.
"공략법 터득하기"
공략 1. 스테이지 별 경쟁률을 확인하자.
다행히 한번 실패하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공 튀기기와는 달리 이 게임은 복수의 합격자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사이트와 당 회사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익명의 채팅방 등을 돌아다니며 서류 - 필기 - 1차 면접 - 2차 면접의 경쟁률과 합격률을 유심히 체크했다.
만약 이번 스테이지가 선착순 100명까지만 허용하는 스테이지라면 물론 1등을 하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101등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낮은 경쟁률의 스테이지에서는 최대한 힘을 빼야 했다.
공략 2. 필기시험에는 관련 분야와 함께 시의성 있는 주제가 나온다.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필기시험은 보통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전공과목으로 구성되는데, 전공과목에는 문화행정, 박물관학, 예술경영, 예술일반, 심지어 직무에 따라서는 미술사나 예술사 등 다양한 분야가 나온다.
물론 이러한 시험은 보통 객관식으로 치러지기도 하고, 관련 정보들을 얻는 게 쉬운 편이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논술 시험을 보는 기관도 있으니, 필기시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인 점이라면, 이 게임을 함께하는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공략 3.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알아야 한다.
공략법만 공부하고, 게임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지원한 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것과 함께 A는 본격적으로 필기시험을, 알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A가 필기시험을 준비하며 활용한 한 가지 방법은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예술 행사 포스터에 쓰여있는 정보를 따라 추적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유심히 보지 않고 넘어갔던 포스터에 쓰여있는 작은 글씨, 예컨대 그것을 제작한 단체나 후원한 기관, 그리고 사업명 등에 대해 알아보고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업 소개나 조직도를 펼쳐보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난 작품이나 결과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어떤 목적을 통해 진행되는 사업인지, 어떤 정책이나 방향성을 바탕으로 기획된 사업인지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완벽할 수는 없어. 두 번째 스테이지, 필기시험 공부하기"
위 공략법처럼 A는 101번째로 통과하지는 않기 위해, 필기시험 스테이지를 통과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공략법을 통해 필기시험과 면접의 경쟁률을 각각 알아보고, 두 번째로는 필기시험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해당 기관의 주요 키워드와 함께 2020년의 주요 이슈 두 가지 이슈를 정리했다. 세 번째가 가장 어려웠는데, 결국에 외부자의 시선에는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공부할 수 있을 뿐이었고, 시간적으로도 벼락치기로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A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오히려 주어진 시간에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두 번째에 집중하기로 했다. 관련 분야에 대해 빠르게 훑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의성을 가진 주제와 그리고 그로부터 지원한 회사에 대해 공부했다. (이번 스텝에서는 A가 직접 쓰고 정리했던 공략 노트를 슬쩍 보고 지나가 보자.)
이슈 1. 코로나19와 문화예술
2020년을 통틀어서 모든 영역에서 그렇겠지만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다.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인류 사회의 위기와 마찬가지로 대면과 소통이 대부분인 문화예술계에 근본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를 통해 엄청나게 다양한 의제들이 나왔고, 이것들을 논의하기 위한 수많은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다. 결국 코로나 이슈는 당장 코로나에 대한 문제도 이지만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두 번째 이슈인 '위기 극복'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이슈 2. 문화예술 지원정책과 위기극복
사회 전체로 보면 코로나 위기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것이었지만, 예술계에서는 오히려 코로나 이전에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서 투잡을 병행하는 예술가들은 많았고,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하거나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예술가들은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예술가들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운 수많은 정책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상황에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위기 극복과 관리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있었다. 특히 예술가의 생계, 문화예술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A는 그것들을 살펴보다가 우리나라의 문화정책 한 가지인 "예술지원정책"에 대해 어렴풋하게 정리해보았다. 먼저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에서 흘러온다. 그 큰 줄기 속에서 하위 줄기가 나타나기도 하고 두 줄기를 연결시키는 정책들도 있었다.
1. 예술가와 창작 지원
2. 국민들의 문화 향유 증진
예술가의 창작 지원을 위해서 국가의 주도로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기도 하고, 예술가들에게 원활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고, 지원사업을 통해 직접 창작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국가가 문화예술을 지원함을 바탕으로 사회와 표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문화의 수준을 높여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물론 예술가 지원의 관점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의 차이도 있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를 통해 "예술지원"에 대한 화두가 조금 더 새롭게 정비되었고 떠올랐다. 코로나가 언제 끝나고 정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예술지원의 방향성이 적절했는지, 그리고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할 시스템이 있었는지에 대해 정리하고 검토해야 했다.
"정리하기, 나만의 글로 남기기"
위와 같은 공부를 하면서 A는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다. 취업 준비가 합격을 위해서만 쓰이고 휘발되는 것이 아쉬웠던 A는 공부 과정을 남겨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쓰기 시작했다.
A가 글을 써오던 아트인사이트는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장이었다. 비슷한 주제가 앞으로 있을 필기시험이나 면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며, 서툴지만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갔다.
뒤이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