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현대자동차의 디자인 특징을 쏙 빼닮은 차량이 중국도 아닌 이탈리아의 국민차로 불리는 피아트 판다에 녹아들었다.
피아트 판다는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계기로 1980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1세대는 현대자동차와도 연이 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으며, 처음에는 경차로 개발되었으나 현재는 소형차로 분류되어 판매 중인 모델이다. 최근 공개된 모델까지 총 4번의 세대 변경이 있었다.
이렇게 나름의 역사가 있는 모델이지만, 피아트의 최근 디자인 방향성은 너무나도 놀라울 정도로 현대차와 동일하다. 마치 수년 전 중국 업체가 국산차의 디자인을 카피한 것처럼, 판다의 디자인은 현대차를 연상케 한다.
피아트 4세대 모델은 현대차의 디자인 특징인 픽셀 디자인을 사용했다. 헤드램프부터 그릴, 심지어 범퍼 하단부까지 픽셀이 적용됐고, 범퍼 위에 위치한 공기 흡입구까지도 역시 싼타페와 비슷한 구성이다.
후면의 테일램프 역시 픽셀형 램프를 사용해 현대차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매우 노골적으로 픽셀 디자인을 차용했다.
실내의 전체적인 디자인 기조 또한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감싸는 듯한 실내 디자인은 팰리세이드를 연상시키며,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분명 현대차와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가 픽셀 디자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디지털을 가장 레트로하면서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픽셀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 구성을 가구처럼 디자인하는 것도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해 거주 공간처럼 느끼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사실 현대차의 픽셀 디자인을 타 브랜드가 차용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차가 이제는 굉장히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고 이끌고 있기 때문에, 타 브랜드들이 현대차의 디자인을 반영하는 것은 어찌 보면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트의 디자인은 과거 판다와도 너무 다르고, 반대로 현대차와 너무 닮아 디자인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