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18일, EV9 스탠다드 트림과 고성능 모델인 EV9 GT를 출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파급력이 큰 소식도 들렸다. 기존 판매 중이던 EV9 롱 레인지 가격을 모두 인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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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비 480만 원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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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준 EV9 롱 레인지 2WD 가격은 에어 7,337만 원, 어스 7,816만 원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가격표에 명시된 금액은 에어 6,857만 원, 어스 7,336만 원이 됐다. 두 트림 모두 기존보다 480만 원 낮아졌다.
롱 레인지 4WD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격은 에어 7,685만 원에 어스 8,169만 원, GT-라인 8,397만 원이었다. 반면 가격 변경 모델은 에어 7,205만 원에 어스 7,689만 원, GT-라인 7,917만 원이다. 동일하게 480만 원 인하됐다.
가격이 내려갔지만 사양 차이는 전무하다. 배터리도 99.8kWh 용량 그대로이며, 에어백 개수가 줄거나 12.3인치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등이 빠지지도 않았다. 선택 옵션 가격 역시 동결했다. 사실상 트림 가격만 낮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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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논란이었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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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 가격에 대한 논란은 출시 초기부터 존재했다. 국산차로는 유일하게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지원받지 못하는 차였고, 그를 떠나서라도 7천만 원 중반대에서 시작하는 정가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판매량 역시 이를 대변한다. EV9은 2023년 6월 판매 시작 후 지난 1월까지 1만 101대가 팔렸다. 그마저도 최대 2,600만 원을 할인한 것으로 알려진 2023년 12월 2,688대를 기록했고, 나머지 월간 판매량은 많아 봤자 1천 대 초반 정도였다.
더군다나 지난 1년간 판매 대수는 1,600대에 불과했다. 월간 판매량 130대 수준에 그쳤다. 지난 1월은 보조금 미지원 여파까지 겹쳐 37대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현대차가 아이오닉 9까지 내놓자, 결국 공식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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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구매자들에겐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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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특정 차종 가격 인하를 결정할 경우 그에 따른 영향은 매우 큰 편이다. 기존 구매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산 것에 대해 높은 강도로 항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아는 이를 감수하고 EV9 가격을 낮췄다.
부정적인 분위기는 이미 온라인에서 형성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진작 내렸음 그래도 나았을 텐데”, “가격 내리는 꼴을 다 보네”, “역시 안 팔리면 가격 내린다니까” 등등 반응과 함께 “진짜 기존 구매자 X신 만들었네”라는 비난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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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이오닉 9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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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가격은 아이오닉 9보다 비싸다. 아이오닉 9은 6,715만 원부터 시작하면서, EV9(롱 레인지)이 여전히 142만 원 높다. 4WD 최상위 트림을 제외한 전 트림에서 더 비싼 가격을 나타낸다.
상품성도 아이오닉 9 승리다. EV9은 99.8kWh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아이오닉 9은 110.3kWh로 국산차 최대 용량을 자랑한다. 크기도 아이오닉 9이 앞선다. 또한 편의 사양이 비슷해도 최신 차종인 아이오닉 9이 더 경쟁력 있다.
결과적으로 EV9은 가격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아이오닉 9에 밀린다. 스탠다드와 GT 추가로 선택지를 다양화했지만, 판매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EV9이 아이오닉 9을 따라잡기 위해 기아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