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오늘 24일부터 이달 30일까지 7일 간 생산라인을 일시 중단한다. 과거와 달리 노조파업이 아닌, 사측의 결정이다.
현대자동차가 생산 라인을 일시 멈추는 것은 울산 1공장이다. 여기서도 아이오닉 5와 코나 EV 생산을 담당하는 1, 2라인이다.
중단 전부터 이미 현대차는 더 이상 조립할 차량이 없어 빈 컨베이어벨트만 돌리는 이른바 '공피치'를 감수하면서 생산 라인을 돌렸다. 하지만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생산 라인 중단까지 이르게 됐다.
사측도 이미 공지문을 통해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현대차는 “차종별 무이자 혜택과 저리 할부 강화 정책, 유럽에서 등록보너스 지급·계약금 지급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판매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 2라인에서 공피치(생산 없이 라인을 가동하는 것)로 운영을 지속해 왔지만, 더 이상 수용 가능한 한계를 넘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아이오닉 5와 코나 EV는 주문량 감소로 지난 2월에도 해당 라인이 생산을 일시 중단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더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이슈 및 유럽 등에서 자동차 보조금 폐지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대부분 생산라인에서는 특근이 유지되지만, 4공장의 포터/포터EV 생산라인도 현재 위기다. 디젤이 단종되고 국내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해서다. 현재까지 포터/포터EV 생산라인은 특근이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년 동안의 아이오닉 5 판매량을 살펴보면 보조금이 줄어드는 기간을 제외하고, 국내에서는 월 평균 1천 대 이상 판매하긴 했다. 하지만 다른 차종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코나 EV 역시 월 500대도 판매하기 힘든 상황이며, 월 1만 대를 육박하던 포터는 월 3~4천 대가 팔리고 있을 정도로 판매량 절반이 증발했다. 설상가상으로 포터 EV 판매량은 보조금과 혜택이 줄어들며 1천 대 유지도 버거운 상황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이유는 우선 차량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가솔린 대비 하이브리드도 600만 원 정도 비싸진다. 이게 전기차로 바뀌면 포터 같은 경우는 기존 디젤 대비 두 배나 비싸진다. 그런데 주행거리도 짧고, 보조금을 받아도 디젤보다 비싸니 인기를 끌기 힘들었다. 그나마 초기에 영업용 번호판 발급과 같은 혜택이 효력을 발휘하긴 했지만, 이제는 그런 혜택도 없다.
승용 모델인 아이오닉 5와 코나 EV 역시 가격은 사실상 수입차 수준인데, 브랜드 이미지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이나 감성적 측면, 타겟층마저도 다른 차종에 비해서는 희미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현대차와 달리 테슬라는 지난달 모델 3를 2,344대를 출고했고, 최근에는 모델 Y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의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테슬라 수준의 판매량도 적긴 하다. 그렇지만 테슬라가 더 비싸고, 중국에서 생산 모델도 거리낌 없이 구입하는 현상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정부와 제조사 모두 전기차 보급을 위해 고심을 하고 있으나, 현재로써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