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차] 제네시스 GV90, 전기차에 엔진 탑재하나?

by 오토트리뷴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함께 전기차 성장 속도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EREV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EREV는 현재 현대차가 직면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37151_226062_242.jpg

현대차의 공식적인 EREV 발표

현대차는 작년 8월, 시장 선도를 위한 중장기 미래 전략 ‘현대 웨이’를 통해 EREV 기반 차량을 출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차는 현대 웨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강화해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준중형 및 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까지,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확대 제공할 계획이며,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제네시스 하이브리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37151_226073_3224.jpg

문제는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다. 쉽게 설명하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다. 전기차 특유의 주행 감성과 상품성을 유지하면서, 완충 시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EREV는 전동화 전환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계획도 구체적이다. EREV는 2026년 말부터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북미 시장에는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D급(중형) SUV 차종을 우선 투입하며, 연간 8만 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한다.


이처럼 현대차는 하이브리드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전동화 수요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까지 EREV를 포함해 전기차 라인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37151_226070_2628.jpg

생소한 EREV는 어떤 기술?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조합한 차량으로, 전기차처럼 전력으로 구동되지만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주가 되고, 모터와 배터리가 보조적이다. 반면 EREV는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주를 이루며, 엔진은 단지 배터리 충전만을 담당한다. 구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전기차에 발전기를 탑재한 것과 유사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구조를 통해 배터리 용량을 약 30% 축소하면서도 주행거리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보다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37151_226071_2628.jpg

EREV를 소비자들이 원하는가?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보다 저렴하면서 주행거리가 긴 차량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EREV는 실패 가능성도 존재한다. GM은 과거 쉐보레 볼트를 출시했다가 시장에서 철수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EREV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동차는 고가의 재화이기에 검증된 차량을 선호하며, 설명이 필요한 제품은 선택받기 어렵다.


또한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나 탄소 규제에서도 EREV는 모호한 위치에 있다. 전기차처럼 보이지만 주유소를 이용해야 하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EREV가 먹히는 시장도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다. 중국은 도심에선 전기차 인프라가 잘 갖춰졌지만 지방은 아직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BYD는 EREV를 적극 활용 중이며, 상당히 성공적이다. 정책과 인프라,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37151_226069_2627.jpg

주유소 들르는 전기차?

‘주유소에 들르는 전기차’라는 개념은 혼란스럽다. 주유소를 덜 들르는 내연기관이라면 신선하지만, 전기차가 주유소를 간다는 건 후퇴하는 인상을 준다.


EREV가 성공하려면, 최소한 PHEV가 시장에서 자리 잡았어야 한다. EREV는 구조적으로 PHEV와 더 닮아 있다. 그러나 PHEV는 일정 거리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 전기차 대비 매력은 낮다. 소비자들은 검증된 하이브리드나 차라리 전기차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EREV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진화형 모델로 본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대부분을 전기로 주행하고, 긴급할 때만 엔진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강조하면 장점을 살릴 수 있다.

37151_226063_247.jpg

현대차, 결국 미래 시장 주도하게 될까?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모델은 제네시스 GV90이다. EREV가 출시될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200km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 체급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전기차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EREV가 ‘타협형 기술’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완전한 전동화가 단기간 내 어렵다는 현실을 세계 각국이 인정한다면, EREV는 훌륭한 과도기적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잘 풀어낼 지가 관건이다.

37151_226072_2628.jpg

작년 현대 웨이에서 장재훈 사장(現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전동화 시대의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럭셔리 및 고성능 모델까지 모든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선보인 독보적인 기업”이라고 밝히며, “앞으로도 기술력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전동화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의 행보를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실제로 판매량, 수익성, 기술력까지 전 분야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로봇부터 수소차까지 기술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EREV로 또 한 번의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2027년이 궁금해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슈] 해외 전용 국산차, 결국 국내서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