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이 각종 규제로 인해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각국의 규제는 파워트레인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흐름도 크게 바꾸고 있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는 이미 1881년 프랑스에서 귀스타브 트루베라는 인물이 개발했다. 시속 100km를 처음으로 돌파한 것도 전기차였다. 하지만 전기차는 당시 정유 업계의 로비와 터무니없는 배터리 성능 등의 문제로 대중화가 되지 못했다.
요즘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 바람이 강력한 이유는 배터리 성능이 좋아진 이유도 있다. 그렇지만 각국들의 규제 탓이 훨씬 더 크다. 친환경을 이유로 각국들이 내연기관 차량을 규제하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로 혜택을 주고 있다. 반대로 디젤은 규제가 심해 국내에서도 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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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라디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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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동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이미 사라져 버린 디자인. 대표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과 머플러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지난 100년 이상 자동차의 성능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대자동차의 캐스캐이딩 그릴,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 기아의 타이거 노즈 그릴, BMW 키드니 그릴,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이아몬드 그릴, 롤스로이스의 판테온 그릴 등 이렇게 자동차 브랜드에는 각각의 라디에이터에 이름을 붙여 고유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더 이상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어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했던 이유는 엔진으로 공기를 유입시켜 주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냉각을 위해 여전히 약간의 공기 유입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다시 강조되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할 수 없어 대부분 바디컬러와 통합해 범퍼 아래에 은밀하게 숨기는 분위기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지면서 현대차는 그랜저처럼 헤드램프와 그릴 등 전면 부를 통합하는 디자인으로 바꿨다. 제네시스 콘셉트카들도 역시 그릴을 아예 삭제해서 램프 디자인을 잇는 쪽으로 가고 있고, BMW를 비롯한 수입차들도 그릴을 헤드램프와 통합하고 있다.
그리고 머플러팁은 이제 단순한 디자인 요소로 변경되면서 내연기관 차량들마저도 전기차인 듯이,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장식을 넣거나, 램프를 넣어서 단순한 디자인 요소로만 흔적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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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헤드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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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브랜드들이 머플러팁처럼 은근히 숨기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가 헤드램프다.그러나 헤드램프는 필수적 요소다. LED 기술이 아무리 발전되었다고 해도 아직까지 헤드램프 자체를 없앨 수 있을 정도의 기술로 진보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대단한 것이 바로 제네시스 G90의 헤드램프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헤드램프를 하나의 광원에서 해결한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헤드램프이면서 광량까지 유지했다. 이런 헤드램프는 현존하는 자동차에서 반영된 사례가 없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을 보면 마치 주간주행등이 헤드램프처럼 보이도록 처리됐지만, 사실 주간주행등과 범퍼 사이에 헤드램프가 숨어 있다. 심지어 헤드램프가 외부에서 잘 안 보이도록 단차 사이에, 넣었기 때문에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최근 공개된 아이오닉 6 디자인은 쏘나타와 닮았다는 평가도 있는데, 헤드램프의 위치와 범퍼 디자인 영향으로 보인다. 쏘나타가 그렇듯 아이오닉 6도 헤드램프를 점등하지 않으면 있는 줄도 모른다. 주간주행등으로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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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지만 감각적인 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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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에서 트릭은 기술이 부족할 때 발생된다. 기술이 좋으면 트릭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데, 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은 헤드램프나 범퍼 디자인을 어떻게 다듬어서라도 해결을 하는데, 머플러팁은 해결이 잘 안 된다. 주로 자동차 브랜드들이 은근히 헤매는 게 머플러팁이 위치했던 범퍼 하단부다. 그래서 요즘은 여기를 더 과격하게 디자인하거나, 아예 주간주행등으로 대체하는 등의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떠도는 풍문 중 하나가, 제네시스 EQ900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일 때, 헤드램프가 참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시대를 앞서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정몽구 회장이 "헤드램프에는 눈 알이 있어야 한다"라고 지시한 것 때문에 LED로 바꾸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불과 10년도 안 된 이야기인데,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