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이 지난달 에스컬레이드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상품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가격 상승 폭도 적지 않았기에 이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었다. 특히 ESV는 2억 원에 가까운 가격까지 올랐다.
이전까지는 차선책이 존재했다. 같은 플랫폼에 비슷한 덩치를 지닌 풀 사이즈 SUV인 쉐보레 타호가 있었다. 판매 당시에는 에스컬레이드 대비 반값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이미 단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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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이 가격으로 나올 수가 없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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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호가 출시되기 전까지 국내 풀 사이즈 SUV 시장은 에스컬레이드가 점령했다. 포드가 익스페디션을, 링컨이 내비게이터를 들여왔지만 에스컬레이드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참전한 것이 에스컬레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타호였다.
타호는 한국 시장에 2022년 초 출시됐다. 전장 5,350mm, 전폭 2,060mm로 국내 도로 여건에 넘치는 크기였다. V8 6.2L 가솔린 자연 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426마력을 발휘했고, 실린더 휴지 기능을 더한 복합 연비는 6.4km/L였다.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사양은 화려했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게 꾸몄고, 전동식 사이드 스텝과 2열 모니터 등 편의성도 수준급이었다.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과 쉐보레 특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로 주행 성능과 승차감 모두 잡았다.
소비자들이 가장 놀란 점은 가격이었다. 기본 9,390만 원이었는데, 이는 에스컬레이드 대비 6천만 원가량 저렴한 금액이었다. 또한 당시 환율을 반영할 경우 미국 현지 가격보다 500만 원 이상 낮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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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드 못 잡고 3년 만에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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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보인 타호에 대한 관심은 출시 당시 뜨거웠다. 판매 첫 달인 2022년 4월 58대에 이어 5월 100대, 6월 6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에스컬레이드는 67대와 65대, 31대 판매로 오히려 타호가 에스컬레이드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신차 효과가 석 달 만에 사라진 타호는 하반기 월평균 판매량이 30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3년에는 20대 수준까지 떨어졌고, 2024년 누적 판매량은 142대였다. 같은 기간 에스컬레이드는 353대가 팔렸다.
결국 타호는 신형 에스컬레이드 출시 직전인 올해 3월 조용히 단종됐다. 익스페디션과 내비게이터 등 타사 경쟁 모델에는 앞섰지만, 한 지붕 다른 가족을 넘어서지 못했다. 가격으로 대결하기엔 에스컬레이드 네임밸류는 너무도 높았다.
최근 신형 에스컬레이드 출시와 함께 타호를 다시 찾는 소비자도 소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타호 판매가 이어졌다면 재평가를 받을 수는 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한편, 타호는 지난해 부분 변경 모델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판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출시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국내 판매가 매우 부진한 상황에서 비주류 모델을 다시 들여올 리 없다는 것이 주된 업계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