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율 주행 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이다. 그런데, 그보다 30년 전에 이미 이를 실현한 기술이 이미 한국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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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하기 힘든 ‘누워서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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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산하 유튜브 채널 '크랩 KLAB'은 이전에 <외계인 잡아뒀던 90년대? 일론 머스크도 깜짝 놀랄 그 시절 발명품 모음.zip> 영상을 통해 과거 개발된 첨단 기술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1992년 선을 보인 자율 주행 자동차도 담겼다.
당시 뉴스에 등장한 자율 주행 자동차는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팀이 개발한 시제품이었다. 1990년부터 교수팀은 2년여 연구 끝에 ‘카브이 1호’를 완성했고, 실제로 고속도로 시승 행사까지 열었다.
이를 시연하는 장면에서 한 교수는 비 오는 고속도로에서 혼자 100km/h로 주행하는 차를 뒷좌석에 누워서 바라보기만 했다. 보도하는 기자 역시 뒤를 보고 멘트를 말했는데, 이를 본 누리꾼은 “개발자나 기자나 대단하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해당 기술은 현재 테슬라가 구현한 ‘풀 셀프 드라이빙(FSD)’ 작동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초음파 및 적외선 감지 센서와 카메라 몇 대를 통해 차선과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주행하는 구조를 갖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동 변속기가 많아졌거나 아예 없는 전기차들이 유행인 최근과 달리, 당시 주류였던 수동 변속기 탑재 차량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직접 변속을 하고, 전방에 끼어들기가 발생하면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모두 작동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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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기술, 왜 이어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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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 교수는 자율 주행 기술뿐 아니라 음성 인식 로봇과 내비게이션 시스템, 드론 원형까지 개발한 ‘천재 발명가’로 불렸다. 실제로 자율 주행 시연 이후에는 무인 탱크, 무인 잠수함 등을 함께 연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불린 이 기술은 이후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크랩은 현재 은퇴 후 개인 연구실을 차린 한 교수를 만나 사정을 물었다. 한 교수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와 산업계로부터 외면받았다”라고 토로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기술 연구 초기에는 국가 과제 형태로 일정 수준 보호와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점차 실용성 부족과 낮은 상업성 논리로 인해 예산이 끊기며 연구가 중단된 것이다.
한 교수는 “기술 경쟁력을 키우려면 끝까지 책임지는 연구 문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책임 연구자 제도 부재로 인해 기술을 실현했던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며, 결과적으로 기술 단절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술 연구가 계속 이어졌더라면 테슬라보다 더 앞서나갔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한 교수는 “우리는 컴퓨터와 카메라가 있고, 인재도 훌륭하다”라며, “진심으로 할 사람만 모이면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자율 주행 기술 연구는 국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레벨 3급 자율 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자율 주행(HDP)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ICT 기업들도 자율 주행 플랫폼 개발과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