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 기아 셀토스의 판매가격이 미국과 중국에서 2배 이상 차이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셀토스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속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같은 차가 판매 중이다.
2025년형 셀토스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기본 트림인 LX가 24,690달러부터 시작하고, 최상위 트림인 SX는 31,190달러까지 올라간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사이 가격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한화로 약 1,500만 원 정도면 셀토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시장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중국 시장에서 셀토스는 처음에는 ‘KX3’라는 이름으로 2019년에 출시됐다. 이후 2023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글로벌 네이밍 전략에 따라 ‘셀토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현재는 2026년형 모델로 소폭 개선된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 디자인만 보면 미국형과 거의 동일하다. 전면부나 후면부, 바디 라인, 휠 디자인까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가격은 전혀 다른 얘기다. 중국에서의 판매 가격은 10만9,900위안에서 15만9,900위안까지 형성되어 있는데, 이는 환율 기준으로 약 2,160만 원에서 3,240만 원 수준이다. 미국에서 3천만 원 이상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차량을, 중국에서는 1천만 원 이상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기아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여름 레저 시즌 특별가’라는 이름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모션 덕분에 인기 트림인 럭셔리 에디션은 기존 가격인 12만9,900위안에서 7만7,900위안으로 할인되는데, 한화로 약 2,550만 원에서 1,530만 원으로 가격이 대폭 낮아지는 셈이다. 심지어 최근 졸업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는 2,000위안에서 최대 5,000위안까지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되기 때문에, 실구매가는 1,400만 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기본 사양이 상당히 훌륭하다는 점이다. 중국형 셀토스는 가장 기본 트림부터 17인치 알로이 휠, 풀 LED 라이트, 파노라마 선루프, 10.25인치 디스플레이, 고급 가죽시트까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미국에서 이 정도 사양을 갖춘 차량을 구하려면 중고차 시장을 둘러보더라도 최소 2천만 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는 출시된 지 2~3년 지난 셀토스조차 16,000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중국에서는 신차가 이보다 더 저렴한 것이다.
물론 차량의 성능에는 차이가 있다. 중국형 셀토스는 1.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4리터 터보 엔진이 제공되며, 출력은 각각 113마력과 140마력이다. 변속기는 IVT 자동변속기가 적용되고, 구동 방식은 전륜구동에 한정된다. 반면 미국형은 2.0리터 자연흡기 엔진(146마력)과 1.6리터 터보 엔진(190마력)을 탑재하고 있으며, 상위 트림에서는 사륜구동 시스템도 기본 적용된다. 출력과 주행 성능에서는 미국형이 더 뛰어나지만, 도심 주행 위주로 사용하려는 소비자에게는 중국형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저렴한 중국형 셀토스를 수입해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수입 차량에는 다양한 관세와 인증 절차, 운송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가격이 금세 상승하게 된다. 게다가 중국 내수 전용 모델은 미국이나 한국의 안전 기준이나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설령 수출을 한다 해도, 지금처럼 현지 생산과 소비를 전제로 형성된 가격은 유지될 수 없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처럼 큰 가격 차이는 생산지와 시장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부품 공급망이 밀집해 있어 생산 단가 자체가 낮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나 세금 우대 정책이 더해지면서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아는 철저한 가격 경쟁력을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