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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oh Sep 27. 2024

뉴질랜드 달러 스토어

몇 초, 몇 분 그리고 몇 시간 동안

 단골 아주머니는 어제도 오셨고 오늘도 오셨다. 어제는 이것저것 물건들을 푸짐하게 골라 구매하고 돌아가셨다. 오늘은 어제 사야 할 품목 중에 뭔가 추가로 필요했는지 몇 가지만 골라 계산하신 후 가게문을 나가셨다. 그 단골 아주머니 뒤에서 기다리셨던 분도 카운터에서 물건값을 지불하시고 나가는가 싶더니 계산을 마치고  주문하느라 정신없던 나에게 다시 되돌아오셨다. 자기 앞에 있던 손님이 카운터에  휴대폰을 놓고 가서 곧바로 쫓아갔는데도 금세 사라지고 없다며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 버린지 오래다. 지역 특성상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인 탓에 결제한 카드나 지갑, 휴대폰 같은 물건들을 깜빡 잊은 채 놓고 가시는 일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으리라. 어떤 때는 잔뜩 구매하시고 계산까지 마친 물건들을 고스란히 놓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때로는 물건을 가게에 그냥 놓고서는 잃어버린 지 조차 모르시는 분도 있다. 그럴 때 물건들은 몇 날 며칠, 일주일이 지나도 카운터 곁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틀 연속 방문한 손님이어서 얼굴은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었고 다행히 그분은 한 시간 여만에 다시 재방문하셨다. 그분의 눈가는 이미 촉촉해져 있었는데 아무 말 없이 얼른 내민 핸드폰을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으셨다. 안도의 한숨을 크게 연거푸 내시고는 그제서야 차분히 말씀을 하기 시작하셨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잃어버린 것을 알아차렸고 이후에 이곳으로 오는 내내 기도만 했다며 눈물 섞인 어조였다. 그분은 핸드폰을 받아 들고는 “이것은 나의 전부에요.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세요! ”라고 말하며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건네고서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평안한 발걸음으로 되돌아 가셨다.


 내 전부인 것을 예기치 않게 잃어버리는 상실은 아무 일 없던 일상에 순식간 온 세상이 멈추어버리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몇 초, 누군가에게는 몇 분, 누군가에게는 몇 시간, 몇 날, 몇 달, 몇 해….. 영원히.

숨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누군가 말을 걸어도 들리지 않고 밖이 여전히 훤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온통 어두워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것은 나의 온 우주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거니까.

그렇게 모든 것이 암흑이 되어서야 온전히 하늘만 바라보며 신을 찾는다. 나의 구세주를.


 그 상실이 무엇이건 간에 그 누구도 그것의 가치에 대해 논할 수 없다. 그것은 그 사람만의 유일한 전부이니까, 그 어느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니까.

 핸드폰을 받아 들고 울먹이며 나의 전부라고 말하는 그분의 얼굴을 대면하고는 같이 훌쩍였다. 그분의 간절함이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순간이었다.





Photo by Eunjoo 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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