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그리고 동네북
11시 30분경 처음 보는 여자 손님이 들어온다. 짧은 헤어컷을 한 그녀는 언뜻 보기에 오십 대 중반이거나 육십 대 초반쯤으로 보인다. 하던 일을 계속 집중해서 하고 있던 중 그녀가 다가온다. 약간의 굳은 표정에 강한 어조로 따지듯이 말을 건다.
” 달러샾에 왜 달러 물건이 없어? 대부분이 6불, 7불 아니면 8불이잖아. “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싶어 그냥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기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대뜸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아주 단호한 어투로 말한다
” 웃지 마! 이게 지금 웃겨? ”
……….
그것으로 끝을 맺는가 싶었는데 매장을 돌아다니며 욕을 내뱉는다. 한참을 돌더니 카운터 쪽으로 다시 오고서는 다시 말을 붙인다.
“ 모든 게 다 사기야!!! 사기꾼이라고!!!
내가 다시 말하는데 밖으로 나가서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줄 거야, 이 매장은 사기라고!!!!! ”
그녀는 그렇게 한참 입을 거칠게, 걸쭉하게 놀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 이후 또 다른 손님은 1불짜리 매대에서 고른 물건을 잔뜩 들고 계산대 앞에서 기다렸고 할머니 손님들은 2,3불짜리 카드들을 사느라 분주했다.
그러다 또 다른 손님이 등장했다. 육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는 물건을 찾아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물었다. 여행용 물건을 찾는데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혹시 찾는 물건이 여행 캐리어에 묶는 스트랩인가요? “
그녀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한다.
“ 나도 몰라! ”
모욕과 무례가 뒤범벅된 혼돈상태를 또 겪어냈다. 평화로운 맑은 하늘에 전혀 예고도 없던 야구공만 한 우박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후두두둑!!!! 후두두둑!!!
생판 모르는 두 여인은 무례함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아주 정확하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떠났다. 마치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라며 A4용지에 두꺼운 퍼머넌트 매직으로 선명하게 써서 내 앞에 내밀 듯.
그녀 덕분에 나이 오십 줄에 사기꾼이 되었고 일면식도 전혀 없는 사람에게 동네북이 되어 기꺼이 두들겨 맞아주었다. 선한 사마리아인까진 아니더라도 이만하면 아마도 천국 계단 문 앞에서 조금은 덜한 두려움에 떨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혹시 사기꾼이어서 천국 입성을 못하려나.
웁쓰!!!
Photo by Eunjoo 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