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주말부부

젊을 땐 왜 그때가 젊은 시절인지 깨닫지 못할까.

#어른인척

by 깜냥

이번 추석연휴에는 부여에 다녀왔다. 대백제전 축제 기간이기도 하고 부여는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부여 롯데아웃렛에 주차를 하고 홍제문을 지나면 백제시대가 펼쳐진다. 그 시절은 국가의 정사를 논하고, 생업의 현장이었을 텐데 2023년인 지금은 푸드트럭이 늘어서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축제의 현장이다.

백제문화단지에서 조금 떨어진 궁남지도 다녀왔다. 연꽃은 시들해져 있었지만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과 하얀 물감을 붓으로 쓱 그려준 듯한 하얀 구름이 연꽃을 대신해 주었다. 1박 2일 동안 부여를 관광한 후에 집에 돌아와 찍었던 사진들을 쭉 보았다. 늘 옆에서 봐서 그런지 아이가 크고 있다는 걸 잘 못 느꼈는데 같이 찍은 사진을 보니 훌쩍 커있었다. 생각해 보니 가끔은 아이의 어깨에 내 팔을 올려놓고 다니기도 했다. 올봄에 샀던 옷이 작아져 가을맞이 쇼핑도 했다. 더 이상 아기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아이가 크고 있구나라고 생각도 하고 그에 따른 행동들도 하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니 아이가 자라 있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내가 다 큰 어른인 것 같았다. 대학교1학년 때도 내가 다 큰 어른인 것 같았다. 취업을 했을 때도 그랬고 결혼을 했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는 어른이긴 한데 부족한 점이 많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어른이길 거부하고 싶은 때도 있다. 어렸을 때보다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많아졌고, 처음 직면하는 상황들도 너무 많다.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엄마아빠 손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거나 손을 내밀기에는 내 손은 이미 다 자라 버렸다. 오히려 작고 부드럽고 말랑한 손 하나가 어느새 내 손 안으로 들어와 있다.


사진첩의 사진들을 쭉쭉 내리다 보니 우리 부부의 연애시절 사진과 신혼여행사진이 보인다. 10년도 지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인데 20대의 우리는 확실히 젊고 어려 보였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많은 일이 있긴 했구나.

연애할 때는 둘이서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셀카를 많이 찍었는데 지금은 클로즈업 사진은 지양하고 있다. 사진첩은 주로 배경위주의 사진이나 아이 사진으로 가득 차있다. 아직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 꽃사진을 찍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폰 사진첩에 꽃과 나무사진으로 채워질 미래의 여유를 위해서 젊은 시절의 나는 지금이 나의 젊은 시절임을 깨닫고 어른인 척 하루를 보내봐야겠다.

그런데 사실은 왠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일단은 어른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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