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르바이트 4.
그렇게 나는 쇼핑몰점의 스시집 매니저가 되었다.
점심이 지나 출근한 나는 오전에 쓴 재료들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하고 오후에 사용할 재료를 판매되고 남은 양을 보고 예상한다. 그리고 다음날 받아야 할 재료의 양을 정해서 본사에 주문한다. 오후팀이 오면 오후 스시를 만들고 판매한다.
새로운 일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전에 책임감에 압박이 느껴졌다. 게다가 매니저가 되니 판매해야 하는 포지션이 더 커졌는데 문제는 나의 형편없는 영어 실력이었다. 알아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
매니저 자리가 점점 겁이 나는 사이, 늦은 오후였다.
매장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보통 매장으로 전화가 오는 곳은 본사다. 매출에 관련되거나 재료를 확인할 때다. 내가 거리가 좀 있어서 함께 일하는 언니가 전화를 받았다. 가까이 와서 들으니 본사가 아니다. 영어로 통화를 한다. 한참을 통화하던 언니가 나보고 좀 받아 보란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며… 언니가 모르는데 내가 알까?
상대방은 계속 자기 이야기를 한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당신은 무엇이 필요한가?
절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않으면 수화기를 놓지 않을 기세다. 정신을 차리자. 이 고객은 무엇을 나에게 말하고 싶은가?
수화가 너머 한단어가 들린다.
“sauce”
그래, 그리고?
“fish”
응 소스? 생선?
“We have eel sushi.”
용기 내어 말해 보지만 아니란다.
아 소스, 생선?
맞다! 간장 소스!!!
고객이 원하는 건 스시에 짜 먹는 생선모양의 플라스틱에 들어 있는 간장소스였다. 그것도 100개!
오케이!
이 소스는 따로 팔지 않는데 100개를 무료로 줄 수 없으니 내 맘대로 금액을 책정해서 주문을 받았다.
내일 온단다. 나는 소스를 열심히 담는다.
이렇게 마무리가 좋으면 좀 힘들어도 견뎠을 테다.
호주에서는 요리하는 업체에 위생 상태를 불시에 찾아와 확인하는 공무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주 꼼꼼하게 주방을 확인한다고 들었다. 특히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손을 씻어야 하는 개수대 주변에는 재료나 음식이 있으면 안 되었다.
그날따라 나는 정신없이 바빴다.
주문이 밀려왔다. 주방은 북새통이다.
나도 모르게 개수대에 바구니를 얹어 놓는 순간!
영화에서나 들어 봤던 목소리의 한마디!
“Don’t move!”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들었다….
다행히 이 사건은 경고로 끝이 났다.
이 경험이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무서웠다.
난 더 이상 스시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난 황폐해진 심신을 쉬게 하려고 호주에 왔는데 나의 괜한 욕심이 나를 힘들게 했다.
맛있는 스시도 안녕
자유로운 오후 시간도 안녕
안녕, 나의 스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