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산책
연말이라 무언가 마음이 술렁인다.
아직 아이들의 방학은 열흘 넘게 남았으나 방학 때
세끼를 해 먹일 생각에~
아이들과 두 달을 싸우지 말고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의 마지막 평일인 내일 하루 월차를 내볼까
생각했던 남편은 일정이 늘어났는지 오늘 반차라도
써보겠단다. 그냥 집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서촌에서
떡볶이를 먹고 오자고 제안했다.
오전 혼자 느긋하게 보내는 날과 달리 휘리릭
등교 전 집안일을 마친다.
남편이 오전 업무를 마치는 사이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낸다. 곧 그리워질 나의 오전 시간.
사무실에서 출발한다는 문자를 받고 만나는 장소로 출발. 저 멀리 오는 남편. 가방이 어깨에 없다.
오전에 일이 다 마쳐지지 않았단다.
그래도 떡볶이는 같이 먹으려고 나왔단다.
고맙다. 내 떡볶이 친구.
둘째 아이 낳던 날에 먹었던 남도분식으로 갈까 하다가 동네 분식집맛이 생각나 배화여고 근처 만나분식으로 향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할머니가 하셨는데 연세가 있어서 힘이 드셨는지 주인이 바뀌었다.
골고루 시켜 본다.
떡볶이, 김밥, 튀김, 라면…
언제 먹어도 맛있는 떡볶이~
이렇게 먹으며 허벅지살을 고민하는 모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는 불쌍한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아직 둘째의 하교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음에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까지 나와서 그냥 갈 순 없지!
나의 서촌 빵집. 토리로 향한다.
세련된 빵집들이 많이도 생겼지만, 서촌에 살았던
3년 남짓 짧은 시간의 추억을 함께 지닌 빵집이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빵을 사 온다.
내가 좋아했던 옷가게도 들러보려 했는데 오늘은 쉬는 날인가 보다.
공기는 안 좋았지만 서촌에서의 떡볶이 타임은 아주
상쾌했다.
여기저기 예쁜 간판들을 구경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오전에 걱정했던 아이들의
방학시간은 잊히고 오후의 상큼함만 남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따뜻하다.
요고 사람 아주 기분 좋게 한다.
내 심장도 다시 뛴다!
같이 뛰자. 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