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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Nov 10. 2022

별을 꿈꿨다

꿈을 잊고, 숨긴다

사람들이 내 앞에서 열광하며 뛰놀던 때가 있었다. 주제에 따르는 팬도 있었다. 그렇게 별을 꿈꿨다. 그 꿈은 현실과 투쟁하다 지고 말았다. 생존을 위해 꿈을 버리고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평범하게 답했다. 현실에 맞게 살아야 된다는 주문에 걸려 성공한 직장인으로 삶의 목표를 바꿨다. 대단하진 않지만 나름 정한 기준의 성공을 이루긴 했다. 연봉 오천 만원 이상 버는 직장인. 그렇게 되기까지 취직 후 7년이 걸렸다. 살기 위해 오랫동안 별을 숨겼다.


학창 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노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인 것 같다. 소풍 가던 날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반주가 흐를 때는 요동치던 심장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안정을 찾았다. 노래가 끝나고 알 수 없는 감정과 흥분을 느꼈다. 친구들의 박수가 가슴에 닿아 가수라는 꿈을 탄생시켰다. 그때부터 노래를 듣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하게 됐다. 


중학교 때는 제법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365일 중 300일을 노래방에 갔다. 영향은 계속돼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 보컬로 활동했다. 과거 밴드부 보컬과 실용음악과를 다녔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내가 가진 이미지와 너무 다른 꿈을 가졌다. 오히려 그게 매력적이고 짜릿했다. 


가수가 될 거란 생각에 젖어 살았고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유일하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는 것뿐이었다. 유명 대학은 아니지만 서울 어느 대학 실용음악과에 합격했다. 바보 같은 건 처음 수시를 본 대학에 합격하고 다른 학교는 지원조차 안 했다. 스스로 그 학교로 한계를 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공부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래를 선택한 것 같다. 부르기만 좋아했지 실력을 키우거나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20살, 부모님의 곁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일반 대학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있듯 실용음악과도 유명한 대학이 많다. 그런 학교와는 거리가 먼 경쟁률 낮은 대학에 입학했다. 용의 꼬리보단 뱀에 머리가 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막상 학교에 가보니 나보다 노래를 못하는 친구가 없었다. 뱀에 몸통은커녕 꼬리 끝이 내 위치였다. 동기들은 실용음악과를 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레슨을 받았지만 나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 좋아만 하는 사람이었고 그중에 실력이 조금 좋았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노래를 제일 못한다는 틀을 만들었다. 이런 실력으로는 가수가 될 수 없다 확신해 싱어송라이터로 꿈을 바꿨다. 1학기가 끝나고 낮춰버린 꿈마저 포기한 체 고향으로 돌아갈 짐을 쌌다. 학기 동안 내가 했던 거라고는 친구들과 놀고 술 마신 것뿐이었다. 노력하고 있다 위로하기 위해 가끔 연습실에 갔을 뿐 특별한 행동은 없었다. 8년간 키워온 꿈은 어떠한 노력도 없이 허무하게 실패했다.  


별이 되겠다는 첫 번째 꿈은 첫사랑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7년 동안 종종 찾아와 후회라는 감정을 들춰냈다. 노력하지 않은 나를 꺼내기보단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자위했다. 사실은 꿈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연애가 끝나고 미련 없는 사람은 상대에게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만 남은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게,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미련하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기에 첫 번째 꿈은 추억이란 서랍장에 아름답게 포장해 담아 두었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꿈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이 실패해도 계속해서 사랑을 찾는다. 꿈도 계속 찾고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이 처음부터 꿈인 사람은 내 주변에 없다. 많은 지인들이 회사를 다니다 지쳐 공무원으로 진로를 바꾸려고 한다. 적성에 맞게 찾아간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태반이다. 안정을 위해 직장을 찾는 것도 좋지만 평생 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될 바에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세상에 수없이 많은 길이 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다양한 경로를 알려준다. 최적길, 빠른 길, 자주 이용하는 길처럼 말이다. 빠른 길로 찾다 보면 시간은 줄어들지만 최적길보다 먼 거리로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이나 학교에서 알려준 지름길이 원하는 목적지에 더 늦게 도착하게 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목적지는 다르지만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이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남들이 가는 길로 갈 필요는 없다. 여러 길을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과 주변 눈치를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봤으면 한다. 해보지 않으면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생에 있어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사람들은 보통 돈에 가장 큰 가치를 두지만 돈으로는 시간을 살 수 없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죽음 앞에서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면 시간이라는 보물은 꿈을 이루기 위해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꿈을 좇아봐야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과정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을 것이다. 절대 사람들이 보고 있는 현실에 동조만 해서는 안된다. 


꼭 이상적인 꿈을 가질 필요는 없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도 꿈이 될 수 있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도 꿈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얼마 전까지 그랬고 임원까지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런 꿈이 있어 전문대 졸업생이지만 5년 차에 과장이 됐다. 연봉 오천 만원을 꿈꿨기 때문에 작년 연봉 협상에 30% 인상을 얻어냈다. 말하고자 하는 건 억지로 일을 하는 것보다 꿈이나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남들에게 창피해 숨기고 있는 꿈이 있다면, 회사라는 계단을 이용해 꿈에 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시간을 버리지 말고 하고 싶은 걸 얻기 위해 썼으면 좋겠다. 


사람은 꿈이 있을 때 가장 빛난다. 꿈을 가지고만 있어도 빛나는 사람이 된다. 유명한 연예인이 되지 않아도 나는 별이 될 수 있다. 빛나게 살기 위해 새로운 꿈을 만들었다. 나는 다시 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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