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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Nov 19. 2022

전문대 졸업생이라는 괴물 장수를 물리쳤다.

면접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법

"지금 면접 보는 세명 중 누구를 떨어뜨릴 건가?" 지금 다니는 회사 면접 당시 부사장님 질문 중 하나다. 20번 넘게 면접이라는 전쟁터에 나가봤지만 저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선택을 했고 승리를 얻었다. 입사 후 부사장님과 술 한잔 할 기회가 생겼을 때 질문에 대한 의도를 물어봤다. 부사장님은 그냥 어떻게 답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 질문에 대해 경쟁자 2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말을 돌렸다. "제가 면접관이라면 저를 뽑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답변에 만족하는 찰나, "꼭 한 명을 짚어 달라" 화살이 되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답했다. "이 분을 떨어뜨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경력이 가장 적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나는 채용됐다. 4년제 졸업생(한 명은 대기업 경력)들을 물리치고 회사에 내 자리를 만들어냈다. 전문대 졸업생으로 4년제 졸업생들과 수많은 전쟁을 해왔다. 20번 넘는 전쟁 중 17번을 승리한 나름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이 글은 쓰이고 있다. 먼저 8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본다.




2년간의 지독하고 외롭던 전쟁이 끝나고 있었다. 26살, 하찮은 고졸 아르바이트 인생에서 전문대 졸업생으로 한 단계 신분을 올렸다. 2년 동안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오로지 1등으로 졸업하는 것에 온 힘을 쏟았다. 고등학교 3학년 꼴찌도 했던 나에게는 천고만난의 목표였다. 평균 학점 4.23점으로 목표를 이뤘고 학생회장, 자격증 3개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고졸이라는 열등감을 연료 삼아 우물 안 개구리들의 전쟁터에서 선전했다.


2년의 결과를 가지고 학교에서 사회로 전쟁터를 옮겨야했다. 하루에 3시간씩 회사를 검색하고 이력서를 냈다. 좋은 직장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망은 빠르게 찾아왔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잊고 있었다. 대기업은 4년제 졸업생을 원했다. 취직 사이트 검색 조건에 4년제 졸업을 제외할 때 밝아 보이기만 했던 미래가 조금은 흐릿해졌다. '대기업은 어차피 하는 일 많고 정해진 일 만해, 돈만 많이 번다고 행복하지 않아'라고 위로했다.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이력서에 정성스레 나를 포장했다. 포장을 마친 나라는 상품을 취직 사이트에 팔기 시작했다. 지원할 때마다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오갔다. '여기는 진짜 가고 싶다, 연락도 안 오는데 여기라도 넣어볼까?, 조건에 맞으니 여기는 될 것 같아, 혹시 모르니 여기도 넣어보자.' TV에 나오는 취업준비생, 백수들의 하루가 내게도 찾아왔다.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기에 동기들의 관심이 많았다.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을 했지만 초조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동기들은 하나씩 취업을 했고 거의 마지막까지 남은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는 취업률이 중요했기에 끊임없이 회사를 소개해줬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이력서를 넣기 시작한 지 3주가 지나 드디어 첫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 보는 회사의 정보를 외우고, 있지도 않은 자신감을 장착한 체 면접장에 도착했다. 다대다 면접에 면접관 4명, 지원자 4명이 마주하고 앉았다. 고졸이라는 열등감을 이겨냈지만 전문대 졸업생이라는 새로운 괴물이 내 안에 살고 있었다. 괴물을 물리치기 위한 전략은 패기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 다른 사람들보다 간절해 보이는 것이었다. 4명의 면접관 중 1명이 나를 보고 웃어줬는데, 그 사람을 공략했다. 보조개를 아낌없이 보이며 자신 있게 대답했고 농담을 섞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를 내 것으로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3일 뒤 연락이 왔고 전략이 먹혀 첫 면접에 합격했다. 2년의 준비가 허무할 정도로 취직이 가까워졌다. 드디어 사회에 몸 담을 수 있게 됐다. 안타깝게도 방진복을 입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그 회사에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얻어낸 것은 면접에서 자신 있는 목소리와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관을 설득할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학벌을 물리치는 무기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20번 넘게 면접을 봤는데, 3번을 빼고는 전부 합격했다. 아마 첫 면접의 승리 비법이 머릿속에 탑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문대 졸업생이라는 괴물을 자신감이라는 공략법으로 물리쳤다.


첫 면접이 끝나고 며칠 후 2번째 면접을 보게 됐다. 중견기업이었고 기숙사 제공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제공했다. 그 외에 공고를 가득 채운 복지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꼭 합격한다 다짐했고 백과사전만 한 포트폴리오를 들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이번 면접은 임원 1명과 5명의 지원자가 마주했다. 역시 임원의 포스는 남달랐고 지원자들을 쥐락펴락 했다. 확실히 중견기업이다 보니 면접자의 수준이 높았다. 나를 제외한 4명 모두 4년제 졸업생, 그리고 2명은 유학파였다. 다시 한번 전문대 졸업생이라는 괴물이 나를 잠식할 빈틈이 생겼다. 심지어 처음부터 영어로 자기소개를 시켰다. 유학파 2명의 적들이 꼬부랑 말을 뱉으며 칼자루를 휘둘렀고 내 목을 위협했다. 유학파들의 칼자루에 비해 형편없지만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유학파를 향해 휘둘렀다. 임원은 내게 "지금 다한 건가? 더 못해?"라고 물었고, 나는 충분히 소개했다 답하며 임원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믿을 건 자신감뿐이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나만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건넸지만 필요 없다며 던졌다. 임원은 한 사람씩 조롱하며 인성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학생회장을 했냐고 물었다. 자신 있게 학생회장을 잘 해냈고 그만큼 리더십이 있다고 답했다. 뿌듯함에 사로잡혔을 때 임원은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다. "리더십으로 노조에 가입해서 회사에 위협을 주겠네, 안 그래도 전문대 졸업생인데 더 그러지 않겠어?"라고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럴 마음이 없습니다. 리더십은 회사를 키우는 데만 쓰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면접은 상대의 마음을 훔쳐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인재가 되겠다는 가면을 쓴 채 적장이 휘두른 칼을 튕겨냈을 뿐이다.


이후 면접은 나의 페이스였다. 임원은 농담을 던지면서 계속해서 인성을 평가했다. 당신같이 말만 잘하는 사람이 오히려 빨리 그만둔다. 학점만 좋지 실컷 놀다 전문대를 가서 겨우 졸업한 게 걸린다 등 내 속을 뒤집는 질문을 퍼부었지만 휩쓸리지 않았다. 말을 잘하는 건 장점이다. 모자라지만 잘 키워주시면 부응하겠다. 실컷 놀다 전문대를 갔기 때문에 모자람을 채울 수 있는 게 학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불태울 자신이 있다고 대답했다. 승리를 위해 분노는 필사적으로 감췄다. 면접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면접장 분위기의 주도권은 이미 나에게 있었다. 임원은 나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합격을 확신한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내가 비서가 필요한데, 시험실 직원 말고 비서를 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대답했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시험실 직원이 되기 위해 지원했기 때문에 그건 어려울 것 같다"답했다. 지조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원의 던지는 수많은 공격을 피했지만, 의도를 잘못 파악해 위기가 왔다. 그가 원하는 건 절대적 충성이었다. 듣고 싶던 답이 아니라며 다시 한번 비서 할 생각이 없냐 물었고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면접시간이 길어지면서 적장의 성격을 잊고 의도와는 다른 답변을 하고 말았다.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훌륭한 공성을 펼쳤지만 패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이 시작됐다. 면접이 끝나갔고 임원의 마지막 한 마디는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참 아쉽다. 비서 한다고 대답했으면 붙여줬을 텐데, 가끔은 자존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인생 선배로써 하는 말이다."


며칠 동안 잠 못 이뤘다. 분노와 패배감으로 다른 면접을 볼 수 없었다. 이 회사 합격에 집착했다. 그래도 거의 마지막까지 제일 돋보였으니 희망은 있다 생각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조급해진 나는 회사에 전화했다. "혹시 결과 나왔나요?, 떨어졌나요?" 그만큼 절실했다. 지원한 회사 중 가장 좋아 보이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더 좋은 곳을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두 명을 채용하는데 한 명은 결정됐고, 한 명은 고민 중이라 답해줬다." 아직 기회는 있었다. 젊음의 패기로 임원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했다. 정말 잘할 수 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지금의 나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일주일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곧바로 그 회사라는 걸 눈치챘다. 패배감을 위로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전화가 울리는 순간 정신이 멀쩡해졌다. 수화기 너머 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고 있냐 물었고 상무님 전화를 기다렸다 답했다. 회사에 연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40분 동안 회사와 관련 없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인생 선배로써 안타깝다는 말의 반복이었다. 속으로 이럴 거면 뭐하러 전화했나 당장 끊고 싶다 생각했지만 허공에 머리를 박으며 비굴하게 전화를 받았다. 이후로 2번 더 전화가 왔다. 지독했지만 계속 받았고 흐트러짐과 초조함을 보이진 않았다. 여유롭게 받았다. 전화를 끊고는 핸드폰을 던져 댔지만 말이다. 완전히 포기했을 때 마지막으로 전화가 울렸다. 합격을 직감했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전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임원은 받자마자 말했다. "아쉽게도 불합격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뽑을 수 없을 것 같다" 말했다. 나는 괜찮다 좋은 경험 했다, 많이 배웠다. 말씀대로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음 면접에 임할 거다 답했지만 속으로는 합격한 거 아니까 이제 말해주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끊기 직전, 임원은 "지금까지 고생했다. 다음 주부터 출근해라, 면접에서 너무 까불대는 것 같아 시험해봤다"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렇게 전문대 졸업생에서 직장인으로 다시 한번 신분을 올렸다.


면접은 정말 힘들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이력서가 통과되지 않으면 면접을 볼 수 없다. 면접을 보게 돼도 또다시 확률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자들도 합격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온다. 준비한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은 쓸모없을 때가 많다. 준비하지 못한 면접관의 질문은 의도를 알아내기 어렵다. 취직을 위한 한 첫 단계는 이력서가 통과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 단계를 통과했다면 부족해 보여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면접을 보기 전 단기간 동안 다른 무기를 만들기 어렵다.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무기를 강화해서 면접관을 물리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면접 승리 공식은 이렇다.


첫째, 무조건 자신감이다. 경쟁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일 방법은 이것뿐이다. 학력과 자격증이라는 무기는 정해져 있지만 자신감은 누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둘째, 어떤 대답도 준비한 듯 자신 있게 해야 한다. 틀린 답이어도 기죽어선 안된다. 거짓을 말하는 건 안된다. 셋째, 나보다 뛰어난 면접자는 분명 있다. 분위기를 내 것으로 가져와야 한다. 분위기를 가져오는 방법은 간단하다. 면접관의 눈을 똑바로 보고 평소보다 목소리 톤을 조금 높인다. 긴장되겠지만 전쟁터 안에서 누구보다 여유로워 보여야 한다. 넷째, 대답을 바로 하기 힘들 때는 숨 한번 고르고 미소를 짓는다. 긴장했다는 건 어려운 질문이라는 뜻이다. 질문의 본질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절대 조급해 보여서는 안 된다. 다섯째, 틀린 대답을 했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변명하는 것보다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다시 의도를 파악하고 대답한다. 1~3번을 하고 있다면 내 경험과 같이 충분히 기회가 있다. 그래서 1~3번이 중요하다. 여섯째, 묻는 말에 대해서만 답한다. 면접을 보다 보면 산으로 향하는 답을 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날씨를 물어보면 맑다, 흐리다 같이 간단하게 답하면 된다. 날씨가 추워져서 패딩을 입었다 같이 동문서답을 하면 안 된다. 예외의 경우는 있다, 상황이 불리한 경우 어떻게든 장점을 보여야 한다. 왜 전문대를 졸업했냐 공부 안 하고 뭐했냐는 질문이라면, 전문대를 졸업한 건 사실이다. 남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경험 덕분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게 됐다. 때문에 학교를 바로 졸업하고 취업하는 사람과 달리, 적응이 빠르고 직원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리 학력이 좋아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같은 답을 하면서 장점을 드러내야 한다. 일곱 번째, 다른 사람보다 잘 보이려고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 여섯 번째와 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집요하게 끄집어내 면접관의 머릿속에 박아야 한다. 이력서에 비친 단점을 미리 파악해 장점으로 돌릴 답을 준비한다. 세상 모든 것에는 흑과 백처럼 반대가 존재한다. 흑이 좋고 백이 좋은지는 어떻게 설명하냐에 따라 다르다.  


나만의 공식은 이렇다.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면접을 보고 있는 당신이다. 지금의 나는 면접관의 입장이 됐다. 면접을 보다 보면 과거의 내가 한심해진다. 요즘 지원자들은 학점도 좋고 자격증과 사회 경험 또한 많다. 시대가 변해 경쟁이 심해졌다지만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정말 시대를 타고났다는 생각까지 든다. 우물이 아니라 웅덩이 안에서 발버둥 쳤다 여겨진다. 이 친구들과 경쟁했다면 면접장에 발도 들이지 못했을 것 같다. 요즘 청년들은 지금 회사에서 고여지고 있는 사람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후배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젊음의 패기를 보여야 한다. 면접은 전쟁이다. 면접관이라는 적의 장수의 목을 쳐내야 한다. 좋은 무기(학력)와 많은 병력(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승리할 확률은 당연히 높다. 하지만 좋은 무기와 많은 병력이 있다고 해서 전쟁에서 꼭 승리하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은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을 전략으로 이겨냈다. 가지고 있는 무기로도 충분히 면접에서 승리할 수 있다. 무기를 강화시키는 건 자신감과 확신이다. 패배가 많아지더라도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 여겼으면 좋겠다. 오늘도 목표를 위해 공부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후배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응원한다. 꼭 전쟁에서 승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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