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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May 04. 2023

끊임없이 위축될 때

허우적대면 늪에 빠지니까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듯, 작은 짜증이나 혼란이 번져 마음속을 새까맣게 태울 때가 있다. 최근 며칠,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비집고 들어와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그 틈을 타고 들어와 평소에는 별일 아닌 일들까지도 스트레스의 몸집을 키운다.   


몸집이 커진 스트레스는 인간관계까지 불씨를 튀긴다. 옆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의도치 않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가족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이래 저래 마음이 안정돼서 불이 꺼지고 나면, 그때서야 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키웠구나 깨닫는다.


대부분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러지 말자 하고 끝나지만, 종종 그 마음이 후회와 부정적인 마음의 문을 박차고 들어갈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끝이 없는 부정의 문을 계속 열게 된다. 그 결과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끊임없이 위축된다. 그 영향을 받아 담장을 타고 오르는 덩굴처럼 다른 일들도 꼬여만 간다. 그럴 땐 다른 사람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평소와 달리 가슴속에 깊게 박힌다. 누구도 찌르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은 피가 흐른다.


남들에게 아무리 이런 마음을 보여도 이해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이도 있지만 결국 그 마음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늪에서 나오긴 어렵다. 혼자 늪에 빠지다 정신을 차려본다. 이런 일은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자꾸 허우적대면 더 깊이 빠지게 될 테니까. 누구나 말은 못 해도 겪는 일이니까. 늪에 더 깊이 빠져 숨 못 쉬기 전에 깨달았으니까.


이럴 땐 생각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 본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의 문을 두드려 원래의 나를 찾아본다. 생각을 멈추고 오로지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나를 찾다 보면, 어느샌가 응답해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혼란에 빠지면 모든 생각을 멈출 필요가 있다. 안정이란 마음은 아직 따라올 생각이 없는데 불안, 위축, 우울이 앞서 가서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런 마음이 찾아올 때면 세상을 멈추는 노력을 해보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멍하니 있자. 그러다 보면 다시 생각이 나를 괴롭히는데, 그때는 일어나서 산책을 해보자. 그리 하다 보면 결국 안정이 찾아와 손을 내밀테니까.


위축되지 말자. 스스로 늪에 나를 빠뜨리지 말자. 늪에 빠진 손을 잡아끌어주는 건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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