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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Mar 29. 2023

땀방울이 만드는 결과

사람마다 속도가 다를 뿐

"윽, 후, 악, xx" 서로 다른 신음 소리가 공간 속에 울려 퍼진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고, 가슴을 이리저리 만지는 사람도 있다. 새벽 6시,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느낀다. 그 속에 나도 있다는 걸 알아차릴 때면 이상하기보단 뿌듯해진다. 요즘 나의 가장 큰 이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이유는 별것 없다. '올해는 바닷가에서 웃통 한번 까보자' '반팔 입을 때 속에 나시, 티를 겹쳐 입지 말고 티 한 장만 입자'라는 간단한 목표로 시작됐다. 예전엔 맘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는데 지금은 숨만 쉬어도 살이 찌는 기분이다. 지방 덩어리로 가득한 허물을 벗어던지기 위해 야식과 알코올 대신 땀방울을 먹는다. 벌써 50일, 기대한 만큼의 변화는 없지만 몸이 단단해지고 체력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한 달 전만 해도, 빈 봉에 5kg짜리 쇳덩이를 양쪽에 얹어 위아래로 들고 내리기를 반복할 때면 세상 모든 중력을 온몸으로 받는 것 같았다. 지금은 양쪽에 10kg씩 놓고도 어느 정도의 중력은 거스르는 힘이 생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마부작침..' 마부작침이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일도 꾸준히 하면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나를 포함한 요즘 세대들을 보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그 리듬에 맞춰 습관이 생긴 것도 같다. 사회가 빠른 시간 에 최고의 결과를 바라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이런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새벽 6시부터 쇠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동과 존경 비슷한 감정이 몰려온다. 내 앞에 보이는 근육덩어리 남성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겠다 다짐한다. 빈 봉에서부터 10kg, 20kg의 중력을 이겨내기까지 저 사람들은 꾸준히 노력했겠지,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헬스장에서 만큼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다.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다는 목표와 믿음 하나로 무거운 쇳덩어리를 얼마큼 들었다 놓았을까? 어떤 일이든 원하는 결과를 언제 맞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앞에 불끈불끈 근육을 가진 저 남자들도 좋은 결과만 예상한 체 얼마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고 시작했겠지. 좋은 몸을 갖기까지 걸린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땀을 흘리는 것만큼은 똑같겠지.


살면서 결과를 알고 시작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게 무서워 시작 못하는 일이 태반이다. 그럴 때면 이것을 알아차리고 좋은 결과만 생각하고 달려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흘리는 땀의 양은 다르다. 땀을 많이 흘린다 해서 더 빨리 몸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분명 같은 노력에도 사람마다 차이가 생긴다. 어렸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광부 두 명이 있다. 금광에서 364일을 매일 같이 10시간씩 곡괭이질을 했다. 한 명은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팠는데 금이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이곳엔 금이 없다 생각하고 포기했다. 다른 한 명은 '금 나올 때까지 파보자'라는 단순한 목표 하나로 계속 곡괭이질을 했다. 동료가 없어진 다음 날 B는 황금빛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도 하루만 더를 놓치진 않았을까?


무슨 일이든 포기해서 좋은 결과를 놓치지 않도록 오늘도 열심히 땀방울을 흘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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