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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Feb 18. 2023

35살, 인생 첫 혼행

노총각의 혼행일기 #1. 강원도 2박 3일

10년을 꿈만 꾸던 혼행. 짝사랑처럼 참으로 오랫동안 간직해두기만 했습니다. 짝사랑과 결판을 내기 위해 '그래 가버리자' 결심했습니다. '생각대로 살자'가 가치관인데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결심하지 않아서다 결론지었죠. 곧바로 팀장님께 "다음 주 월화 연차 쓰겠습니다"라고 저질러 버렸습니다. 그럴 때 있죠?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말이 무심코 뱉어질 때. 결심 한 번, 말 한마디로 10년 넘게 상상만 하던 짝사랑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짐을 싸다 보니 어느새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극한의 E성향인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틸지에 대한 걱정, 드디어 버킷리스트를 이룬다는 기대와 설렘. 어떤 감정이 더 강한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심장이 아직 뛰는 법을 잊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좋은 기분으로 혼행 성공하기, 머릿속을 지독히도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바다를 보며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목적을 넘치게 이룬 여행이었습니다. 넘쳤다 생각하는 이유는 목적보다 많은 통찰을 얻어서인가 봅니다. 혼자 다녀도 외롭지 않다. 나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여행 과정을 사진첩에 남기는 건 행복을 담는 거구나. 무엇보다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구나' 알게 됐습니다.



여행일기.


강원도 고성, 속초, 양양의 바다를 쓸어 담았다. 목적지를 찍고 이동했지만 멀리 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울 때면 망설이지 않고 차를 멈췄다. 파도 소리는 일상생활에 막혀 있던 귓구멍을 시원하게 파줬다. 신기하게도 바다마다 파도소리는 달랐고 파도소리는 마음의 평온을 안겼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들을 두고 회사에만 틀어 박혀 있던 내가 안쓰러웠다.


고성 김일성 별장 앞바다 (앞에 보이는 섬에 가보고 싶었음)
양양 서피비치 (제일 좋았음.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보니 왠지 모르게 벅차올랐음)
속초 등대해수욕장 (물이 초록색이어서 멍하니 쳐다보게 됨)


혼자 여행이니만큼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을 먹었다. 혼행의 유일한 단점이자 아쉬움은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이었다. 세상엔 정말 맛있는 음식이 많다. 내 뱃속 튜브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사뭇 깨달았다.  


고성 베짱이 문어국밥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문어 식감이 황홀했다. 뜨겁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다. 뜨거운 걸 못 먹는 사람은 좋을 듯?)



속초 별주부네 물곰탕 (와.. 해장에 완벽했다. 술을 또 마시고 싶게 하는 단점. 비싼 것도... 조금 단점? 몰캉몰캉한 식감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할 듯)


속초 아바이 회국수 (왜 현장 예약만 하는지 알겠다. 여름에 먹으면 더 맛있을 듯. 면보다 회가 더 많은 것 같다)



속초 중앙시장. 만석 닭강정 사진은 못 찍었다. 오징어순대도 술안주로 최고였다. 역시 시장 음식은 최고!



중앙시장 신토불이 감자옹심이 (와.. 이건 진짜.. 감자 끝판왕. 식감, 김치와 조합은.. 들깨 옹심이도 다음에 꼭 먹으러 가자)


이번 여행의 베스트 3. 혼행이라면 누구든 경험했으면 한다. 이 3가지는 절대 잊을 수 없을 듯. 매 달 여행을 가고 싶다 생각하게 한 장본인들이다.


속초 아프리카 주점 (술집 안에 혼술방이 있다. 정원 3명!, 이번 여행 베스트 3)
벽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독서실? 작업실?에서 술 마시고 있는 듯한 미친 감성. 혼술집 3인방 (처음 만남). 다음날 같이 물곰탕 해장도 했음. 이런게 혼행의 묘미이지 않을까?

베스트 2. 같은 장소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걸 보면서, 나이에 맞게 상황에 맞게 아름답게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반스테이 속초 등대점 (새벽 6시부터 해 뜰 때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베스트 1. 잊지 말고 살고 싶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여행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것. 노트북 하나 들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것. 바다를 보면서 글을 쓰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 이번 여행의 이유이자 삶의 목표가 됐다.


바다를 보면서 글을 썼다. 작가가 되면 해보자 미뤄뒀었다. 미리 해본 경험은, 꿈을 꼭 이루자는 다짐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 날을 잊지 말자. 열심히 일하고 계속 글을 쓰자.


다음 여행은 제주로 정했다. 그리고 제발.. 사진 좀 잘 찍자. 이번 여행이 2023년의 목표와 다짐을 모두 이루게 도와줄 경험이 됐기를 바란다. 꿈과 목표를 이룬 뒤에 이 글을 보며 이런 날도 있었다 회상하는 날이 꼭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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