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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Jan 12. 2024

연봉 2억 도 무릎을 꿇는다.

2억이면 많이 버는 건가요?

연봉 2억. 어떤 삶일까?. 4분의 1을 받는 나로서 막연하게 부럽기만 하다. 월급으로 대충 계산하면 세전 천오백에서 이 천만 원 사이. 이 정도면 경제적 자유일까? 자유는 아니어도 먹고살만하지 않을까?


 

당신의 연봉 상태는 어떤가? 연봉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자주 해야 한다. 회사가 내 능력을 몰라봐준다고 생각하나? 어떻게 하면 연봉을 올릴 있을까? 얼마를 받아야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3년 전, 부사장과 (연봉 2억의 주인공 곧 있으면 무릎을 꿇는다) 독대로 연봉 협상을 했다. 이직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 협상 테이블에서 연봉 천만 원을 올린다. 열심히 했다. 정말 열심히. 초반 3개월은 야근을 불사했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빨리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전 담당자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한 개씩 처리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인정받기 시작했다. 입사 후 6개월. 퇴사를 고했다. 인사 담당 임원이 아닌 부사장과 독대를 했다. (물론 상황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 팀이 이제 막 신설돼서 사람이 없었다. 운도 따랐다.) 이때 퇴사 이유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좋은 조건의 회사도 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 결국 남기로 했다.



연봉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끝없이 자문했다.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였다. 어떻게 연봉을 올릴까? 얼마를 받고 싶은 거지? 그 능력은 가지고 있나? 각각의 질문에 답을 내렸다. 여기서 맨 처음 질문인. 회사에서 내 능력을 몰라봐준다? 는 생각은 애초에 안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다만 할 수 있는 말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생활 8년, 느낀 점이 한 가지 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있는 사람은 어딜 가도 투덜거린다. 좋은 회사는 없다. 어딜 가도 좋은 회사로 만드는 사람은 있다. 이런 사람은 회사에서 생기는 불만을 스스로 해결한다. 능력이든, 인간관계로든 말이다. 회사는 이를 인재라고 부르고 연봉도 많이 준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좋은 회사가 없다?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썼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그런 마인드로 원하는 결과들을 얻었다. 운이 좋았지만, 대리에서 과장으로 1년 만에 승진했고 연봉도 천만 원 올렸으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보고서를 잘 쓰고, 엑셀을 잘하고 이런 것들은 부가적인 것 들이다. 마인드가 있으면 저절로 습득할 수 있는 것들.



연봉을 떠나서,



요즘 월 천만 원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이 말이다. 월천 콘텐츠가 너무 많이 떠돌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월 천만 원을 버는 사람의 이야기가 많다. 야, 너두! 하면서 꼬시니 정신 지배를 당한 것이다. (솔직히 나 또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돈이 전부가 아니니까, 아직 때가 아니라서 등의 핑계로 월 천만 원을 거부한다. 쓰다 보니 전부 내가 가진 마음이다. 꿈은 그렇게 가지 돼 정신은 차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회사 생활로 억대 연봉이 쉽지 않다고 본다. 연봉 1억이 된다면?. 30년을 숨만 쉬고 모아도 30억. 집사고 차사고 애 키우면? 부자로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행복하게 살 수는 있다. 무리하게 돈을 쓰지 않으면 안정적이게 살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나로서는 항상 궁핍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래서 대한민국 출산율이 평균 1명도 안 되지...



그래서 내린 결론. 사업을 해야겠다는 것. 과감하게 사직서를 냈다. 연봉 협상 3년 만에 같은 자리에 부사장과 마주했다. 회사 상장 준비에 관한 이야기로 말을 꺼낸다. 영업이 주 종목인 부사장님의 의도는 아이스브레이킹. 회사 상장 이야기를 통한 가치입증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퇴사 이유를 묻는다.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사업하고 싶다고. 소소한 이야기가 오갔다. 연봉 2억의 사나이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실제로 꿇은 건 아니다) 팀장을 시켜주고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한다. 퇴사의 원인이 처우가 아니다 보니 크게 동요되진 않았다. 그러자 감정을 호소한다. 오래 같이 일하고 싶다. 너무 아쉽다 와 같은.. 이것 또한 나에게는 의미 없는 협상카드였다. 흔들렸던 이유는 오로지 인간적 감정 때문이었다. 부사장이라는 최종보스가 달래며 설득하는데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미안함이 느껴질 만큼 연봉 2억의 사나이는 나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죄송합니다. 너무 감사하지만 결정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잠깐의 정적, 어색한 미소, 그렇게 줄다리기는 끝났다.



이 과정 많은 것을 느꼈다. 나만의 꿈, 목표를 이루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어떤 제안이 와도 무너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막상 처우를 개선해 준다고 하니 0.1초 망설여졌다. 인간은 역시 감정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퇴사를 정한 과정, 의지가 흔들렸던 점)



흔들리긴 했지만 넘어가진 않았다. 즉 고액 연봉이 내가 진정 원하는 건 아니었다. 회사에서 내가 갈 수 있는 최고 위치는 임원. 하지만 대표는 될 수 없다. 최고가 부사장이면 2억이 내 한계선이라는 뜻이다. 최고 임원인 부사장이 돼도 결국 계약직이다. 돈이든 명예든 따졌을 때 이게 맞을까?. 이왕이면 대표가 되고 싶지 부사장이 되고 싶지 않다. (시켜주지도 않겠지만..)



대화 중에도 느낀 점이 있다.




"저는 회사에 능력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대가로 연봉을 받습니다. 돈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 중 가장 크다는 뜻입니다. 팀장이 되고 임원이 돼서 연봉이 높아지면 제 결핍은 해결될까요? 연봉이 높은 부사장님은 궁핍하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생활 수준은 올라가지만 궁핍한 건 마찬가지다."라고 답하셨다. 라포를 위한 답이었을지는 모르겠다. 골프도 치고 해외여행도 다니시는 걸 보면 생활 수준 자체는 좋다. 그리고 삶에 만족하신다. 그 말을 듣고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인생을 살면서 상상했다. 생활 만족도는 높을 것 같다. 다만 자유롭진 않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생각 과정 자체가 합리화 일 수도 있다. 내가 내린 답에 근거를 끼워 맞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퇴사, 냉정하게 생각하면 무리한 결정이다. 다만 가치관을 봤을 때는 옳은 결정이다. 나는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중 부사장이 마지막 말을 전한다. "친정이라 생각하고 하는 일 잘 안 되면 언제든 돌아와라. 어떤 자리든 만들어주겠다". 이 한 마디에 지난 3년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얻었다. 물론 돌아갈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연봉 2억 도 무릎을 꿇는다. 연봉 10억이 돼도 꿇겠지. 이왕 내줄 무릎. 대표가 돼서 10억을 벌면서 꿇고 싶다. 퇴사에 대한 두려움을 글로 정리했으니, 실패하더라도 의심 없이 앞으로만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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