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로 Jan 26. 2024

진짜 그냥 일기. 이렇게 살면 진짜 명에 못살듯..

조심하자 좀

여자친구의 월급날. 드디어 고기님을 만났다 일주일에 두 번은 먹던 고기. 연애를 시작하고 한 달에 두 번 먹으면 많이 먹는 일이 됐다. 내 기준에서 참 신기하다. 그녀는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밥, 국, 찌개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한식파다. 그런 그녀도 월급날 나를 위해 고기를 사준다.


'치익 치익' 숯불 위에 고기가 야들야들 익는다. 먹여주기도 전에 젓가락이 고기를 집어삼킨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고기. 숯불 향이 입혀지니 세상 진미다. 새빨간 양념을 입은 비빔냉면까지 함께하면 이런 행복이 없다. 이렇게 맛있게 먹은 것도 좋은데 내 카드로 결제까지 안 한다. 그렇게 핫한 불금 저녁을 즐겼다.


사람도 많고 규모도 큰 고깃집이라 그런지 주차창 앞에 토끼 사육장이 있었다. 내 방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나를 멀뚱멀뚱 본다. 장난으로  "뭘 봐" 하고 뒤돌아 발을 디뎠다. 순간 아스팔트가 눈앞에 닿았다.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이 돌아갔다. 오랜만에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돌았다.


갑자기 다친 모습을 보고는 여자친구가 나무란다. 그녀는 꼼꼼하고 조심스럽다. 옆에 떡하니 배울 사람이 있는데도 나는 고치질 않는다. 36년을 이렇게 살았다는 핑계다. ㅁㅊㄴ... 나는 항상 이렇다. 대충대충, 느릿느릿. 밥 먹을 때도 이리저리 튀고 자주 다친다. 그럴 때마다 느긋한 성격 때문이라 합리화한다. 쩔뚝거리는 모습을 보고 고치자 마음먹었다. 이젠 다치면 돈이다. 스스로 고치기 힘들면 고개를 돌려 여자친구를 본받자. 아, 그래도 여자친구 덕분에 고친 게 있다. 밥 먹을 때 조심히 먹는 것. 신경만 쓰면 이렇게 깔끔한걸. 왜 그렇게 살았는지..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살다 보면 스스로 나쁜 습관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 고친다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 지키는 것이 더 많다. 단점을 장점화해라. 이런 말도 좋지만 고쳐보려는 노력이 사실 더 좋다고 느낀다. 이제는 합리화 그만하고 바꾸는 노력을 해보자.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바로 가스라팅하지말자. 일단 고치려고 노력하자. 그래도 안되면 그때 합리화하자. 과정은 거쳤으니 남는 것이 있을 거다. 해보고 상대를 설득해도 늦지 않는다. 그게 더 멋있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등골 서늘한 퇴근길이지만 운치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