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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Nov 17. 2021

‘파워 오브 도그’ 팽팽한 긴장감과 샘솟는 전율

[리뷰] ‘파워 오브 도그’ 팽팽한 긴장감과 샘솟는 전율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영화는 오는 17일 극장 개봉 후 12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미국 몬태나의 광활한 초원과 황량하고도 드높은 구릉을 비추며, 영화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관객을 옭아맨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스틸. 사진 넷플릭스


1925년 미국 몬태나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조지(제시 플레먼스)지는 정 반대의 성품을 가져 상극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다. 냉철하고 거칠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로 주변인에게 경회를 얻는 필과 과묵하지만 수더분하고 상냥한 조지. 위태롭지만 견고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날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지는 평소 연민과 연모의 감정을 갖던 과부 로즈(커스틴 던스트)에게 청혼하고, 그와 그의 아들 피터(코디 스미트맥피)를 가족으로 맞이하지만, 동생의 결혼이 못마땅한 필은 로즈 모자를 괴롭힌다. 황량한 서부 풍광만큼 고독을 곱씹던 네 사람은 조금씩 달라지는 관계의 흐름을 타고 미묘한 눈길로 서로를 마주한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감독 제인 캠피온)는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경외와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목장주 필과 그의 동생 조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지가 새로운 부인과 아들을 집에 데려오면서 필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온다.

영화는 1967년 출간된 토마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피아노’(1993)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제인 캠피온 감독이 1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옭아맨다’는 표현이 이보다 적합한 영화는 찾기 어려울 듯 하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광활한 자연과 미묘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낸 ‘파워 오브 도그’. 영화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고 강력하게 관객의 온 신경을 붙잡아 스크린에 고정시킨다. 126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영화는 단 한 순간의 늘어짐도 없이 팽팽하다.

극장에 불이 다시 켜진 후, 영화를 돌이켜 떠올리다 보면 이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을지 놀라울 따름이다. 영화에는 여느 서부극에서 만날 수 있는 극적이고 위험천만한 사건은 조금도 담기지 않았는데, 그 흔한 주먹질마저도 ‘파워 오브 도그’에서는 만날 수 없다.

다양한 메타포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필과 피터 캐릭터는 특이 인상적이다. 거칠다 못해 따갑기 까지 한 마초 필에게는 동생을 향한 우애 그 이상의 감정이 엿보인다. 유약하고 부드럽게만 보였던 피터로부터는 어느 순간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영화는 오로지 필의 요동치는 감정과 관계의 변화, 무수한 대사와 흔들리는 눈빛을 통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광활하고 압도적인 미장센과 지극히 섬세한 관찰이 동시에 엿보이는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압도적인 연기를 따라 관객은 홀린 듯 이야기에 동참하게 된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스틸. 사진 넷플릭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그의 무수히 빛나는 필모그래피 사이에서도 도드라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언제나 깊은 연기 내공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지만, ‘파워 오브 도그’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눈빛과 표정, 걸음걸이에서는 단순히 ‘좋은 연기’로 규정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던 동력에는 감독의 연출과 함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으리라.

영화의 제목 ‘파워 오브 도그’는 성경의 시편 22편 20절 ‘제 영혼의 칼에서 건지시며 저의 소중한 것을 개의 힘(Power of the dog)으로부터 구하소서’에서 따왔다. 얼핏 은유가 가득하지만 노골적인 표현인 이 문구와 같이 영화도 그렇다. 모래 폭풍을 만난 듯 색채가 빠져버린 스크린 위,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시선이 따갑다.


극장개봉: 11월 17일/넷플릭스 공개: 12월 1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제인 캠피온/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 토마신 맥켄지, 짐 개피선, 키스 캐러딘/배급: 넷플릭스/러닝타임: 126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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