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맥스무비 Nov 30. 2021

‘로그 인 벨지움’ 고독 속 발견한 진짜 자신의 모습

[리뷰] ‘로그 인 벨지움’ 고독 속 발견한 진짜 자신의 모습

배우 유태오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벨기에 엔트워프에 고립됐던 상황에서 시작한 작품으로, 유태오는 자신과 영화를 향한 진솔함으로 내면 깊이 자리한 불안을 용감히 꺼내보았다.

영화 '로그 인 벨지움'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해외 드라마 촬영을 위해 벨기에 앤프워프 낯선 호텔에 머물고 있던 유태오. 그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호텔에 갇힌 신세가 된다. 누구하고도 만날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고독 속에서 유태오는 문득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영화라는 감수성이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 영어와 독어, 한국어를 오가며 자신의 내면을 파고든 유태오. 그는 자신 깊숙이 자리한 멜랑콜리의 기원을 찾아 매일을 기록한다.

다큐멘터리 ‘로그 인 벨지움’(감독 유태오)은 팬데믹 선포로 벨기에 앤프워프 낯선 호텔에 고립된 배우 유태오가 가상 세계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기획부터 각본, 연출, 편집, 음악에 이르기까지 유태오가 직접 제작한 작품으로, 100% 스마트폰으로 촬영됐다. 지난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픈시네마를 통해 첫 공개돼 화제를 모았으며,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초이스에도 선정됐다.

영화 '로그 인 벨지움'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세련된 카메라 기술은 없다. 스마트폰으로 찍었기에 해상도도 낮고, 화면 구도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 충분히 다듬어진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찾았다면, ‘로그 인 벨지움’의 첫 인상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태오가 외로움과 두려움, 혼란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자면, 어느새 당신은 스스로의 마음도 돌이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솔한 태도로 자신을 직면해 피워내는 과거와의 대화가 보는 이에게 묘한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는 이유다.

영화는 고립된 유태오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점차 분열되어가는 그의 정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한 명의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불안감의 근원을 파헤친다. 그로부터 유태오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화하는 정체성을 고민한다. 그 과정 속에서 영화는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기에 더욱 매력을 발한다.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 수 없는 긴 인생과 같이 영화 역시 다소 장황한 면이 있지만,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에 관객은 불편함 없이 편승하게 된다.

유태오는 극 중 영어와 독어, 한국어를 사용해 분절된 과거와 현재,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간다. 홀로 모든 프로덕션 과정을 진행했음에도 다양한 구도와 픽스 샷, 폭넓은 은유가 담겨 영화를 향한 유태오의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일상의 기록으로 시작했다던 ‘로그 인 벨지움’이지만, 영화를 향한 그의 애착과 깊이 있는 고민이 스크린의 빈 곳을 풍성히 채운다.

영화 '로그 인 벨지움'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유태오는 계속해 촬영했다. 전반부를 장식한 낯선 공간과 고독에 상반되는 친숙함과 애정, 스킨십이 담겨 선명한 대비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강렬한 대비 속에 자신을 위치시키며 유태오는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스스로를 규정하고, 정형화하려 시도하는 것을 넘어 유연하게 움직여간다. 영화의 마지막, 그는 공고히 쌓아가던 돌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요컨대 신선한 시도가 엿보이는 연출과 의외의 깊이가 묻어나는 성찰이 기꺼운 작품이다. 언뜻 지나치게 현학적인 작품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잠시만 경계를 내려놓고 바라보면, 우리가 평소 앓던 정체성의 불안이 유태오를 통해 구현되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다. 배우로 머물기를 넘어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유태오. 그는 영화를 통해 자신은 물론 관객의 멜랑콜리마저 들춰내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개봉: 12월 1일/관람등급: 전체관람가/감독: 유태오/출연: 유태오/제작: 태오닉 모/배급: ㈜엣나인필름/러닝타임: 65분/별점: ★★★☆


작가의 이전글 매혹적 미장센에 취하는 독특한 호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