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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Dec 13. 2021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들춰낸 현대 사회의 아킬레스건

[리뷰]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들춰낸 현대 사회의 아킬레스건

영화 ‘피부를 판 남자’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사람보다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의 모순을 꼬집은 작품으로, 다채로운 미장센과 흥미로운 이야기, 깊은 의미를 남기는 이야기가 남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영화 '피부를 판 남자' 스틸. 사진 판씨네마


자유, 돈, 명예를 원한 샘(야흐야 마하이니)은 악마 같은 예술가 제프리(코엔 드 보우)가 던진 계약서에 서명한다. 계약은 바로 그의 피부에 타투를 새겨 ‘살아있는 예술품’이 되는 것. 샘은 예술품이 되는 대가로 퍼스크 클래스 항공권과 5성급 호텔, 톱스타 급 인기 등 화려한 삶을 누리게 된다. 타투 하나로 180도 바뀐 인생을 살게 된 샘.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제프리에게 팔아 넘긴 것이 단순히 피부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피부를 판 남자’(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는 악마 같은 예술가에게 자신의 피부를 팔아 자유와 돈, 명예를 얻지만,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평생 전시 되어야만 하는 샘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샘은 시리아 출신 청년으로 불합리한 정치 상황을 피해 레바논으로 탈출하고, 시리아는 곧 내전에 돌입한다. 수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향하지만 일상 생활 조차 쉽지 않고, 상품이 된 샘은 자유롭고 풍족한 생활을 영위한다.

영화 '피부를 판 남자' 스틸. 사진 판씨네마


아주 기발하거나 세련된 연출은 없다. 다채로운 미장센이 돋보이지만 감각을 압도하는 황홀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부를 판 남자’는 강력하다. 단순한 직선으로 그어진 하나의 획이 되레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와 의미를 남기며 깊은 고민을 안긴다. 인간의 자유와 행복, 인권과 생존, 물질과 인간성. 영화는 피부를 팔아 자유를 얻었다 여기던 한 청년이 잃어버린 것들을 주목하며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이야기가 단순해 보이기에 식상해 보일 수 있다. 피부를 판 남자가 예술품이 되어 대중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순간 영화는 관객이 예상하는 지점을 정확히 그려낸다. 그러나 ‘피부를 판 남자’는 단순함에 그치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에 오히려 폐부를 찌르는 것도 있는 법이다. 영화는 수없이 들어온 현대 사회의 문젯거리들을 이야기 하면서도 지루함 없이 정확히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피부를 판 남자' 스틸. 사진 판씨네마


다만 결말부에 이르러 지나치게 교훈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것은 아쉽다. 영화 초반 샘에게 마법의 양탄자를 선물하는 지니가 될 수도, 영혼을 빼앗아가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될 수도 있었던 제프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급히 지니로 선회한다. 기묘한 계약을 통해 샘에게 자유를 주고, 또 앗아갔던 그의 모습이 다양한 해석을 남기던 것을 떠올려 보면, 한가지 방향성으로 국한돼 정형화된 채 끝난 마무리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개봉: 12월 16일/ 관람등급: 12세 이상관람가/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출연: 야흐야 마하이니, 모니카 벨루치, 코엔 드 보우, 디아 리앤/제작: 필립 로기/수입∙배급: 판씨네마㈜/러닝타임: 104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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