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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Dec 09. 2021

‘돈 룩 업’ 이런 여우 같은 블랙코미디를 봤나

[리뷰] ‘돈 룩 업’ 이런 여우 같은 블랙코미디를 봤나

영화 ‘빅쇼트’와 ‘바이스’로 미국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을 전했던 아담 맥케이 감독이 다시 한번 놀라운 블랙코미디 무비로 돌아왔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샬라메, 조나 힐,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티립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돈 룩 업’이 그것. 영화는 시작과 함께 독특한 리듬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더니, 이내 미국 사회 전반을 훑어내는 천재적인 풍자로 폭소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긴다.

영화 '돈 룩 업' 스틸. 사진 넷플릭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태양계 내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지구를 파괴할만한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오지만, 불편한 소식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백악관 역시 묻어두려 한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투어를 나선 두 사람. 그들은 최고의 인기 토크쇼 출연까지 하며 사실을 전하지만, 이 중요한 뉴스는 연예인의 가십에 밀려 대중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영화 ‘돈 룩 업’(감독 아담 맥케이)은 지구를 멸망시킬 혜성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두 천문학자가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대규모 언론 투어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계 경제의 붕괴를 앞둔 상황에도 눈 앞의 이익을 쫓던 월스트리트를 날카롭게 비판한 ‘빅쇼트’와 비밀스러운 권력으로 세계를 뒤흔든 미국 부통령의 이야기를 그린 ‘바이스’로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들춰냈던 아담 맥케이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돈 룩 업' 스틸. 사진 넷플릭스


코로나 19 팬데믹 시작 후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일부 미국 시민들의 반응이 국내 언론과 SNS를 통해 전해진 적 있다. 이에 우리는 대부분 황당해했다. 정치적 음모를 운운하며 매몰된 시각에 빠져있던 이들, 개인의 자유를 추구한다며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들. 명백한 사실과 근거가 있음에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보고 싶은 것만 보던 이들을 향해 많은 이들이 조소를 보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던 이들과 같은 매몰적 시각과 광신은 존재한다. 한때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 규정하려던 이들이 그러했고, 태극기를 들고 누군가의 사면을 요구하는 이들 역시 그렇다. 백신을 향한 불신과 찬반양론이 들끓고 있고, 무엇 하나 명확한 정보가 없음에도 누군가를 쉽게 맹신하거나 혹은 마녀사냥에 처한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기술의 도약과 함께 수많은 정보가 범람하게 된 사회 속에서 인간 사회는 점차 서로를 향한 불신과 혐오, 비난이 팽배해간다. 신뢰와 도덕성, 윤리와 사랑은 반대로 희미해만 간다. SNS는 무단으로 소비자 정보를 활용해 제품을 광고하고, 소비자는 여과 없이 추천 받은 제품을 취향이라 착각한 채 구매한다. 끊임없이 전해지는 기아와 환경, 전쟁 등 심각한 뉴스에 대중은 무감각해가고, 연예계 스타들의 만남과 결별에만 이목이 집중된다. 정치는 자본에 종속됐으며,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돈 룩 업' 스틸. 사진 넷플릭스


마치 디스토피아 장르물에서나 만날 것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이다. 우리의 사회는 이토록 위태롭다. 영화 ‘돈 룩 업’는 바로 이 위태로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 우리를 향해 일침을 가하는 작품이다. 지구를 향해 혜성이 날아오고,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 극단적인 소재를 활용했을 뿐, 우리 앞에 닥친 산적한 문제들을 외면하고 눈 앞의 이익과 향락에 빠져있는 사회에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고의적 무시와 무지, 태만한 양심과 관습이 된 악습들을 구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경고다.

꽤나 날카로운 시각에 대중이 아파하다 외면할까 두려웠는지, 아담 맥케이 감독은 유머와 위트도 놓치지 않았다. 기존 디스토피아 장르 영화 혹은 재난 영화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만의 독특한 문법으로 ‘돈 룩 업’은 관객을 한시도 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몰아치는 광기와 함께 터져 나오는 웃음과 위트, 유머와 비꼼이 쉴새 없이 폭소를 자아낸다. 영화 후반부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영화는 끝까지 자유자재로 웃음과 울음을 오가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마저 자아낸다.

영화 '돈 룩 업' 스틸. 사진 넷플릭스


다만 수준 높은 블랙코미디를 구사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배경지식이 많다는 점은 아쉽다. 미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소재로 꾸려진 블랙코미디인 만큼, 미국 사회와 정치에 깊은 관심이 없다면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구태여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따라가려 애쓰지 않아도 영화는 충분히 즐길 거리가 넘친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명 연기가 특히 그렇다. 시대에 휩쓸리는 소시민을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부터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티모시 샬라메,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139분을 꽉 채웠다.

요컨대 미국은 물론 현 시대를 향한 아담 맥케이 감독의 놀라운 블랙코미디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이제 명실공히 블랙코미디의 대가로 불려야 할 듯 하다.


극장개봉: 12월 8일/넷플릭스 공개: 12월 24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아담 맥케이/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타일러 페리, 티모시 샬라메,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스콧 매스쿠디, 히메쉬 파텔, 멜라니 린스키, 마이클 치클리스, 토머 시슬리,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제작: ㈜하이하버픽쳐스/제공: 넷플릭스/러닝타임: 139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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