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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Dec 08. 2021

‘마이 뉴욕 다이어리’ 특별함 꿈꾸던 어제의 나를 위해

[리뷰] ‘마이 뉴욕 다이어리’ 특별함을 꿈꾸던 어제의 나를 위해

누구나 특별해지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러나 어른이 됐다는 이유로, 현실은 매섭다는 이유로, 우리는 어느새 특별함을 허황됨으로 동일시 하며 잊어버리곤 한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바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았다. 오늘의 안락함에서 벗어나기 두려워 꿈과 일상, 미래와 현재 사이에서 갈등하는 흔들림이 섬세히 그려졌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1995년 뉴욕. 작가를 꿈꾸며 뉴욕에 정착하기로 결정한 조안나(마가렛 퀄리)는 생계를 위해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에 입사한다. 회사 CEO 마가렛(시고니 위버)의 조수가 된 그는 출근 첫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의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응대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렇게 풍족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던 조안나. 그는 어느새 팬레터를 진심으로 읽기 시작하고, 이내 마음을 다한 답장을 보내려 한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감독 필리프 팔라도)는 전통을 고집하는 작가 에이전시 CEO 마가렛과 신입사원 조안나가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 샐린저를 담당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미국 베스트셀러 회고록 ‘마이 샐린저 이어’(My Salinger Year)가 원작이다. 작가 조안나 래코프가 뉴욕의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 해럴드 오버에서 1년여간 일했던 경험을 엮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대표 배우 시고니 위버와 라이징 스타 마가렛 퀄리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영화의 주인공 조안나는 꿈을 꾸는 청년이다. 특별해지고 싶다는 꿈, 작가가 되겠다는 꿈, 아름다운 글을 써낼 것이라는 찬란한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랬던 그는 어느새 글을 쓰지 않는다. 일상에 지쳐서 글을 쓰기 피로할 수도 있고, 작가면 뽑지 않겠다는 회사 사장의 엄포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그가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고, 글을 쓰고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막연한 질투와 동경을 하고 있음이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조안나의 바로 그런 모습으로 관객을 영화에 초대한다. 열정이 가득하고 금세 무언가 대단한 것을 내놓을 것만 같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내 온갖 이유를 덧붙여 주춤대고 있던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끊임없이 두려움과 열정을 반복하며 갈등하는 조안나의 혼란한 마음을 보는 이에게도 불어넣는다. 누구나 한번쯤 화려한 꿈을 꾸던 청년의 모습을 그리며, 영화는 관객과 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꿈을 꾸던 조안나의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던 영화는 꽤나 반가웠을 터다. 이는 섬세하게 흘러가는 전개와 조안나의 감정선에 이미 동화된 덕이었으나, 연출과 미장센이 아름다웠던 것 역시 큰 공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청년과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만큼, 영화는 문학적 감수성이 가득하다. 1990년대 뉴욕의 향수를 자극하는 다양한 패션, 스타일은 물론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색채가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뉴욕 한 호텔의 로비에서 사랑스럽게 춤을 추는 조안나와 그 모습을 담은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짧은 뮤지컬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나 따뜻한 한 편의 문학을 영상으로 써내려 감에 가깝다. 천천하고 조심스러운,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확고한 필체가 선연하다. 관객은 조안나의 화려한 춤과 한 층 깊어가는 눈빛을 바라보며 그만의 꽃을 한 송이 피워내리라 기대하게 된다. 꽃을 피워내기 위해 내딛은 그의 용감한 한걸음을 응원하게 된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스틸. 사진 (주)영화사 진진


요컨대 그 어느 때보다 시린 겨울, 잠시나마 마음 한 켠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작품이다. 베테랑 시고니 위버는 넘치는 기품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키고, 라이징 스타 마가렛 퀄리는 순수한 풋내로 관객을 향수에 빠뜨린다. 1995년 뉴욕을 살아가는 한 청년으로부터, 관객은 자신의 과거를 만나고 오늘을 직시하며, 내일을 꿈꾸게 된다. 꿈을 꾼다는 것은 그 크기와 상관 없다. 자체로 소중하고 일상에 활력이 된다. 영화가 자아내는 그 작은 꿈, 활력을 통해 지친 누군가의 마음이 잠시나마 위로 받길 기원한다.


개봉: 12월 9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감독: 필리프 팔라도/출연: 시고니 위버, 마가렛 퀄리/수입∙배급: ㈜영화사 진진/공동제공: 하이, 스트레인저/원제: My Salinger Year/러닝타임: 101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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