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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Dec 24. 2021

‘램’ 소름 끼치는 공포보단 기괴함이 자아내는 불쾌감만

[리뷰] ‘램’ 소름 끼치는 공포보단 기괴함이 자아내는 불쾌감만

다소 당혹스러운 감상을 안기는 호러 영화 한 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영화 ‘미드소마’, ‘유전’ 등으로 인상 깊은 호러 영화를 선보였던 영화사 A24의 신작으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등에서 독창성상을 수상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독창성상에 대한 방심의 대가였을까 막상 만나본 ‘램’은 독창적임을 넘어 당혹감을 안기는 기괴함을 자랑했다.

영화 '램' 포스터. 사진 오드


눈 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던 크리스마스. 아이슬란드의 외딴 양 목장에 음산한 기운이 들어선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창문 밖을 바라본 마리아(누미 라파스). 그는 아무것도 없는 창 밖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난 어느 날, 마리아 부부에게 신비로운 존재가 찾아온다. 키우던 양들의 출산을 돕던 그들은 선물인지 악몽인지 모를 새끼 양 아다를 만난다.

영화 ‘램’(감독 발디마르 요한손)은 눈 폭풍이 몰아치던 크리스마스 날 밤 이후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선물 받은 마리아 부부에게 닥친 이야기를 그렸다. ‘미드소마’, ‘유전’ 등 독특한 호러 문법을 정립하며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던 영화사A24의 신작으로, 제2의 아리 에스터라는 수식어가 붙은 신예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지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독창성상을 수상했으며, 제54회 시체스 영화제 작품상, 신인감독상, 여우주연상 3관왕 등 총 19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7개부문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영화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 '램' 스틸. 사진 오드


여러 평론가들의 호평과 국제 영화제의 찬사에 기대가 높았던 ‘램’. 그러나 막상 직접 만나본 ‘램’은 신선함이나 반가움이 아닌 당혹감을 먼저 자아냈다. 아이슬란드 민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영화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은유와 상징을 여럿 배치했지만, 눈에 미처 들어오기 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주얼과 설정으로 보는 이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이는 다름아닌 마리아 부부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존재 아다에게서 기인한다. 아다는 머리와 오른팔은 양, 나머지는 사람인 기괴한 존재로, 반인반수의 괴물이다. 그러나 마리아 부부는 아다를 만나자마자 자신들의 아이를 키우듯 소중히 대하는데, 아이의 얼굴 대신 실제 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삽입해 마리아 부부의 행위에 생리적 혐오감이 들도록 했다.

더불어 영화의 느릿하다 못해 졸음을 유발하기까지 하는 전개 속도도 부담스럽다. 유럽 아트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영화는 별다른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컷의 전환 없이 롱테이크를 이용해 인물의 표정에 집중한다. 문제는 이야기가 절정에 달하기까지 별다른 흥미거리도, 위기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양한 메타포를 해석하기 위해 집중력을 있는 힘껏 끌어올려야만 겨우 졸음을 면할 수 있다.

영화 '램' 스틸. 사진 오드


물론 평소 아이슬란드 민담에 관심이 있었다거나, 기독교적 상징과 은유 등에 박식한 이라면 느릿하게 흘러가는 호흡 동안 여러 미장센을 즐겼을 수도 있겠다. 예컨대 마리아가 아다를 데려온 날부터 마리아 부부 집 앞에 찾아오는 양의 경우, 귀에 번호표 3115를 달고 있다. 이는 예레미아 31장 15절의 내용을 뜻하는 것으로 ‘자식 잃은 어머니의 비통함과 슬픔’을 상징한다. 마리아가 침대에서 읽은 책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개의 심장’으로 인간의 뇌를 갖게 된 개의 이야기를 그려 아다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돋우기도 한다.

요컨대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한 미장센이 곳곳에 숨겨져 있으나 국내 관객들로서 쉽게 알기 어렵고, 공포 영화라는 타이틀로 개봉하기에는 여러모로 심심하다는 감상이 인다. 아다의 비주얼과 마리아 부부의 양육 행위에는 생리적 혐오감이 샘솟고, 휘몰아치는 감정이나 조여오는 긴박함 역시 없다. 영화는 그저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자연으로 스크린을 압도하고, 반인반수의 기괴한 존재와 민담을 상징하는 여러 요소로 흥미를 돋우는데 그친다.


개봉: 12월 29일/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감독: 발디마르 요한손/출연: 누미 라파스, 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수입∙배급: 오드/러닝타임: 106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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