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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Dec 29. 2021

‘고요의 바다’ 분명 흥미는 가는데…애매하다 애매해

[리뷰] ‘고요의 바다’ 분명 흥미는 가는데…애매하다 애매해

2021년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넷플릭스 시리즈가 공개됐다. 공유와 배두나를 비롯해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SF 미스터리 스릴러 ‘고요의 바다’. 시리즈는 흥미로운 설정과 배경,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1~2화의 다소 루즈한 편집과 느릿한 전개가 호기심보다 답답함을 자아내 ‘애매하다’는 감상을 안기고 말았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스틸. 사진 넷플릭스


필수 자원 물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한민국 우주항공국은 인류 생존의 답을 찾아 달 탐사를 계획한다.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과 탐사 대장 한윤재(공유)를 필두로 선발된 탐사 대원들. 이들의 목적지는 5년 전 사고로 폐쇄된 달 탐사기지 발해다. 기지 안에 남아있는 중요 샘플을 회수해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받고 달로 향한 대원들. 하지만 우주선이 달에 불시착하며 이들의 임무는 시작과 함께 위기를 맞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연출 최항용)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 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202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한 작품이다. 최항용 감독은 지난 22일 제작발표회를 통해 “대원들의 생존 이야기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지구와 인류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며 ‘고요의 바다’를 소개했으며, 각본을 집필한 박은교 작가는 “죽음과 맞닿아 있는 공간에서 생존에 대한 가치, 의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스틸. 사진 넷플릭스


최 감독과 박 작가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시리즈는 죽음의 위기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향하던 대원들은 갑작스러운 우주선 작동 오류로 목적지가 아닌 곳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원들의 죽음. 하나 둘 목숨을 잃어가는 대원들과 차갑게 식은 시체들이 가득한 달 탐사기지 발해에서 ‘고요의 바다’는 보는 이에게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흥미와 재미가 꾸준히 유지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눈길을 끄는 소재와 일전에 만났던 미스터리 스릴러 혹은 SF 장르 작품과는 다를 것만 같은 요소들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러나 다소 루즈하다 못해 답답함을 자아내는 연출이 아쉬움을 남긴다. 극도의 긴장감이 샘솟아야 할 장면에서 클로즈업과 스로우 모션이 계속되고, 몇몇 장면의 카메라 워킹과 구도에선 식상함을 넘어 올드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스틸. 사진 넷플릭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의 바다’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3화에 들어 급격히 발해기지의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전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소재와 가보지 않은 공간이다 보니 신선함에서 오는 호기심과 흥미가 계속해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근 미래를 그린 만큼 다양한 볼거리들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몇몇 장면에서 어색한 CG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장면에서 새삼 국내 CG 기술의 발전과 넷플릭스의 자본력에 감탄하게 된다.

요컨대 분명 호기심을 돋우지만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애매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나 SF 장르가 갖는 고유의 색이나 매력이 덜하고, 연출이 아쉽다 보니 흥미로운 설정들 조차 눈에 거슬린다. 죽음에 일반인과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송지안의 캐릭터나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우주항공국의 태도 등이 그렇다. 중간마다 흥미를 돋우며 활력을 불어넣어줘야 했을 지점들이 되레 당혹감을 안기곤 한다.


2021년은 넷플릭스에게 꿈 같은 한 해였다. ‘스위트홈’으로 시작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오징어 게임’, 연상호 감독의 ‘지옥’에 이르기까지. 배두나와 공유, 최항용 감독의 ‘고요의 바다’가 2021년의 대미를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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