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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an 12. 2022

오늘을 설레게 만드는 ‘그 해 우리는’

[리뷰] 오늘을 설레게 만드는 ‘그 해 우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몰아봤다. 황금 같은 주말, 별다른 고민 없이 시작했던 드라마는 밤새 핸드폰 화면에 눈을 고정토록 했다. 아직 종영이 된 것도, 공개 직후 1화부터 꾸준히 챙겨본 것도 아니지만, 싱그러운 여름을 닮은 드라마의 사랑스러움에 손이 곧장 노트북으로 향했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스틸. 사진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연출 김윤진, 이단, 극본 이나은)은 열아홉 첫 만남부터 연애와 이별, 재회에 이르기까지 청춘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내려 가는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교 1등과 꼴등이 함께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담았던 실제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드라마에는 성실한 전교 1등 국연수와 나태한 전교 꼴등 최웅을 한 데 묶었던 다큐멘터리 촬영 이후 10년이 지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벌어지는 사건들이 담겼다.

첫사랑은 우리 마음에 깊이 남는다. 인생의 첫 번째 사랑이었기에 우리는 상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아파하고, 성장해간다. 첫사랑이 기억에 남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일 터다. 그로부터 달라진 현재의 내 모습에서 첫사랑에 대한 향취가 여전히 느껴질 때, 우리는 가끔 추억에 젖어 그날의 감정을 떠올리곤 한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바로 그런 첫사랑을 닮았다. 드라마는 얼굴마저 기억나지 않는 첫사랑에 대한 감정만은 분명하게 떠올리게 한다. 예전과는 달라진 오늘의 나를 생각하게 하고, 조금은 스스로 나아졌을까 기대하게 한다. 그저 그런 동화 속 사랑 이야기와 다른, 물론 지극히 극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이야기가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 다가오는 우리의 일상을 설레게 한다.

이는 10년 전 학창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당시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스러운 연출 덕이 크다. 쉽게 말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소재와 유튜브 등으로 촌스러움 없이 보는 이의 몰입을 유도해낸다. 어색함 없이 유려한 연출이 극의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이야기에 공감을 더한다.

더불어 드라마는 여러 아기자기한 소품과 감성이 묻어나는 미장센,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단히 특별하거나 독창적인 것은 없지만, 푸른 나뭇잎 사이 비치는 햇볕처럼, ‘그 해 우리는’의 이미지는 따뜻하다. 특히 8회 엔딩을 장식한 최웅과 국연수의 빗속 입맞춤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환하게 밝은 하늘을 뒤로하고 쏟아지던 소나기 밑에서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청춘과 첫사랑, 애절함과 그리움 등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단 드라마의 또 다른 중심을 맡아줘야 할 서브 주인공들은 다소 아쉽다. 국연수를 짝사랑 중인 다큐멘터리 PD 김지웅과 최웅을 좋아하게 된 유명 연예인 엔제이는 극에 설렘과 긴장감을 더해야 하지만, 두 캐릭터 모두 생동감이 덜해 몰입을 깬다. 특히 엔제이를 연기한 노정의는 표정과 말투에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데, 극의 전체적인 톤 앤 매너와 엔제이 캐릭터의 결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 우리는’은 한 번 보면 멈출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따뜻한 연출과 함께 깊이 있는 연기 역시 시청자의 마음을 자극한다. 최우식과 김다미는 과거에 흔들리기도, 내일을 향해 나아가기도 하며 스스로도 모를 혼란스러움을 표현해냈다. 자신조차 알 수 없는 마음에 서로를 원망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애증이라는 표현과 함께 보는 이의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해 몰입을 더했다. 드라마는 총 16부작으로 11일 오전 기준 5편의 이야기가 남았다. 꼬여가는 관계와 감정 속에서 최웅과 국연수의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호기심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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