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75 킬링필드, 푸난’ 잊혀선 안될 광기의 역사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이 오는 27일 개봉 소식을 알렸다. 1970년대 캄보디아의 비극적인 현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으로, 각본과 연출을 맡은 드니 도 감독의 어머니가 실제 겪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참극이 펼쳐졌던 당시의 캄보디아를 여지없이 들춰내며 보는 이의 마음에 잊어선 안될 광기의 역사를 단단히 새겨 넣었다.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1975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공산주의 급진 무장단체 크메르 루주가 정권을 장악한다. 프놈펜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슈의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길 위로 내몰리고, 피난 중 3살 아들 소반은 사라지고 만다. 희망 없는 현실 속,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슈에게 아들을 만날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감독 드니 도)은 공산주의 무장단체 크메르 루주가 캄보디아를 장악한 후, 모든 걸 빼앗긴 여자 슈가 아들 소반을 찾기 위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렸다. 희생자가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캄보디아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했다.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집단 학살의 광기는 세계 역사에 수 차례 있었다. 히틀러의 홀로코스트가 그러했고, 일본의 난징 대학살이 그러했다. 끊임 없는 폭력과 참상, 절규를 잊지 않기 위해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광기를 그려왔다. 영화 ‘1975 킬링필드, 푸난’(이하 ‘푸난’) 역시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여 절멸시키려는 행위) 역사 중 하나였던 1970년대 캄보디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나 몇 차례나 비슷한 소재의 작품을 감상했음에도 도통 익숙해질 수 없고, 익숙해져서도 안될 고통과 아픔이 가슴 깊이 밀려들어온다. 광기에 휩싸인 채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소재나 이야기의 신선도를 따지는 것 따위에서 벗어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빠진다.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그나마 ‘푸난’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그린 작품 중 그나마 시각적 충격이 덜한 편이다. 12세 관람가 등급의 애니메이션인 덕분에 학살이나 고문과 같은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지진 않았다. 되레 어떤 부분에선 캄보디아의 풍광이 담긴 비주얼적 아름다움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역시 광기의 역사와 대비되는 아이러니를 빚어내며 당시의 고통을 보다 극대화 한다.
영화는 당시의 정치적 흐름이나 이념적 논쟁, 거대한 역사의 흐름 등과는 별개로 한 가족이 견뎌야 할 아픔 자체에 집중한다. 이로부터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집단 학살의 역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슬픔을 그리는 것을 통해 관객은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1975 킬링필드, 푸난'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덕분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금도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학살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지 않음에도 이미 만나본 것과 같은 통렬한 아픔과 죄의식이 샘솟는다. 한 때 잊혀졌던, 먼 나라의 이야기기만 했던 제노사이드의 현장이지만, 한 명의 인간이기에 결코 잊어서는 안될 광기의 역사가 영화를 통해 관객의 마음 한 켠을 차지한다.
개봉: 1월 27일/ 관람등급: 12세관람가/감독: 드니 도/목소리 출연: 베레니스 베조, 루이 가렐/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러닝타임: 86분/별점: ★★★☆